박세리(26·CJ)는 역시 강했다. 성대결에서 58년만에 컷을 통과한 박세리는 '톱 10' 고지까지 점령하면서 골프여왕으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인터뷰 B14면박세리는 26일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 서코스(파72·7,052야드)에서 열린 동양화재컵 SBS프로골프최강전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3개의 실수를 버디 4개로 만회하면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박세리는 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공동 10위로 경기를 마쳤다.
이 대회 챔프의 영광은 이날 5타를 더 줄이면서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조현준(29·12언더파 276타)의 추격을 마지막 홀 버디로 따돌리고 2주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장익제(30·팀 애시워스)에게 돌아갔다. 우승상금 6,000만원.
박세리 자신에게는 "가장 힘들고 긴 시간"이었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골프의 묘미를 만끽하게 한 4일간의 가슴 설레는 일정이었다.
30∼40야드를 넘어서는 어쩔 수 없는 드라이버 샷의 거리 열세, 국내 여자프로골퍼로는 처음으로 성대결에 나선 데 따른 중압감. 이를 이겨낸 것은 타고난 승부근성과 함께 정교한 아이언 샷이었다. 박세리는 미여자프로골프(LPGA) 통산 21승을 일궈낸 고감도 아이언 샷으로 절반이 넘는 홀에서 버디 찬스를 만들어내면서 짧은 코스를 들어 '세리쇼'를 벌였다는 일부 지적을 무색케 했다.
전날 그린적중률 100%의 정확성을 내세워 3타를 더 줄이면서 공동 10위까지 진군했던 박세리는 이날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4,000명이 넘는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파5 1번홀(559야드)에서 2m짜리 내리막 퍼팅을 침착하게 성공시킨 데 이어 파3 3번홀(173야드)에서 프린지에서 버디퍼팅한 볼이 컵으로 빨려 들어갈 때만해도 박세리는 뭔가 '일'을 낼 듯한 기세였다.
그러나 박세리는 파3 6번홀(171야드)에서 1m 정도의 짧은 파퍼팅을 놓치면서 상승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파4 7번홀(399야드)과 10번홀(455야드)에서 버디를 낚아내면서 다시 선두권 추격에 시동을 걸었지만 파3 12번홀(187야드)과 파4 14번홀(437야드)에서 파세이브에 실패한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박세리가 손에 쥔 상금은 고작 600만원. 그러나 박세리는 미프로골프(PGA) 도전에 대한 자신감을 안고 다음 주 제주에서 열리는 CJ나인브릿지클래식와 일본의 미즈노클래식에 잇따라 참가한 이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한편 신용진(39·LG패션)은 공동 4위(6언더파 282타)에 올라 사상 처음으로 시즌 우승없이 상금왕(2억778만원)에 오르는 진기록을 남겼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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