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100억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한나라당의 모금경위와 집행과정,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27일 소환되는 한나라당 이재현 전 재정국장 조사에서 모금경위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대선에서 당의 자금관리와 분배를 맡은 핵심 인물로, 최돈웅 의원도 100억원을 그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자금의 집행과정은 당시 선대본부장을 맡은 김영일 전 사무총장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현재 드러난 모금경위는 한나라당이 지난해 중앙당 후원회(10월29일)를 앞두고 1∼2차례 모금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세 사람을 비롯 나오연 중앙당 후원회장과 재계 사정에 밝은 하순봉 김기배 의원 등 중진들이다. 검찰은 대책회의에서 기업체별 담당을 지정해 후원금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의원이 "당의 지시로 SK를 비롯해 20∼30개 기업에 전화했다"며 같은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검찰은 결국 100억원이 대책회의와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짚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후원회 독려팀이 가동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 전 총장이 "후원회 이후 후원금 납부가 저조해 독려반을 편성, 서로 연고가 있는 사람에 연락을 부탁했다"는 발언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모금과정의 공모는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대책회의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이 못 되는 통상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했고, 나오연 의원도 "비자금 대책회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100억원에 간여한 인사들의 말이 조금씩 달라 이들의 주장에 신빙성은 결여된다는 지적이다. 나 의원만해도 "SK 비자금 같은 것이 유입되면 별도 장부로 입금과 지출내역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실무라인으로 사무총장을 지목했다.
당사자인 김 전 총장은 "100억원이 불법적인 돈일줄 알고 집행했다"며 자신은 조성과정은 모르고 집행만 했다는 식으로 의혹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황상 한나라당이 기업 리스트와 후원금 액수 등을 결정한 회의를 한 것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어, 당시 선거 지도부가 공모혐의를 벗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부담은 공모혐의 수사과정에서 대선자금이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SK비자금 수사는 본격 대선자금 수사로 방향을 틀어 재계까지 영향권에 들게 된다. 때문에 검찰도 한나라당에 '계좌추적'이란 압박카드를 들이대고는 있지만 일단 진술에 의한 수사만 진행하며 수사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이번 주가 고비'라거나 '단서가 나오면 덮지는 않겠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미뤄, 검찰도 수사의 밑그림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결과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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