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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책임 지겠다"면 다 밝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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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책임 지겠다"면 다 밝히라

입력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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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영일 전 사무총장이 26일 'SK 비자금 100억원 한나라당 유입사건'의 모든 책임을 떠안고 나섰다. 그는 100억원이 선거자금으로 집행됐음을 시인하고 "당시 대선 선대본부장으로서 이번 사건에 대한 모든 법적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면피주의가 일상화한 정치판 세태에 비춰 볼 때 김 전 총장의 책임지는 자세를 정치적 제스처 정도로 평가절하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 전 총장은 100억원에 얽힌 모든 진상을 검찰에 한 점 의혹 없이 털어 놓아야 한다.

김 전 총장은 누가 개입해 어떤 경로로 돈이 들어 왔고, 어디에 썼는지를 있었던 그대로 밝혀야 한다. 항간의 의혹처럼 당시 서청원 선대위원장과 이회창 후보에게 사후 보고라도 됐다면 이 역시 고백해야 한다. "내가 다 뒤집어 쓰겠다"는 호기(豪氣)로 사태를 타개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한나라당은 오늘 최병렬 대표가 다시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당직 사퇴를 단행해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하는 등, 대여 강경투쟁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으로서 취할 수는 있는 태도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한나라당에 지금 통렬히 요구되는 것은 "완전히 발가벗겠다"는 자기 반성이다. 형평성 있는 수사는 검찰의 본분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살 길을 찾고자 한다면 우선 '죽을 각오'부터 해야 한다. 국면전환이나 강경투쟁 같은 얘기가 나올 때가 아니다. 여권이 제 잘못은 덮어둔 채 때 만난 듯이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그것에는 그것대로 눈감지 않을 만큼 국민은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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