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서라도 집값을 잡겠다고 다짐한 부동산종합대책이 관료들의 소극적인 자세와 책임 떠넘기기로 수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획기적 집값안정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노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도입 발언' 이후 급랭했던 강남 부동산 시장이 이달 초 가격대를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그동안 드러난 정부 대책의 주요 내용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시장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관련부처 장관들이 대통령의 발언을 사실상 외면하고, 부동산 가격 급등을 남의 부처 탓으로만 돌리는 행태를 되풀이하면서 시장 반응이 급속히 냉소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관료들이 대통령의 의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A6면
김진표 부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답변에서 "토지공개념은 이미 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대책은 기왕의 제도를 보완하는 수준"이라며 대통령의 발언보다 멀찌감치 후퇴했다. 김 부총리는 이정우(李廷雨) 청와대 정책실장이 "한시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한 주택거래허가제에 대해서도 "득보다 실이 많다"며 반대의사를 밝혀 청와대와 이견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나아가 집값 폭등은 저금리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이 부른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는 진단이 지배적인데도 불구하고 재경부는 '강북 특목고의 지역 할당론'을 들고 나와 국가 교육정책에 대한 혼선만 야기했다.
경제 관료들은 위헌 시비, 집값 폭락, 경기 위축, 신용 경색 등을 들어 "시장에 미칠 충격도 감안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같은 소극적 태도 저변에는 '내 손에 피를 묻힐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비판이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은 이미 정부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며 "설령 가격이 폭락해도 대책을 되돌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29일 발표에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기위축·위헌시비를 감수하고서라도 지금 버블을 빼놓지 않으면 향후 버블 붕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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