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리 231 포대 본부에서 복무했던 신중균 병장입니다.1968년 하봉암리에서 군단 안전시범요원 시범조로 차출돼 연출 연습 중인 어느날이었습니다. 새까만 일등병 한 명이 거수경례를 하며 다가왔습니다. 대전출신이라고 밝히며, 고향 후배되니 극단 멤버에 끼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범대 재학중 '백제 왕의 최후'라는 연극도 하였다면서 말입니다.
일병 처지에 병장에게 조르는 모습이 당돌하다 싶기도 했지만 워낙 연기자가 부족한 터라 일단 즉석에서 연기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노래 실력도 일품이었고 코믹하게 생긴 얼굴에서 나오는 유머 있는 말솜씨도 대단했습니다.
나는 이게 웬 재주꾼이냐 싶어 그 자리에서 시범조로 뽑겠다고 약속하고 곧바로 본부에 인력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 일등병은 은정봉이라는 본부대기병으로 무대설치작업을 나왔던 길이었습니다.
대대장의 허락이 떨어져 은 일병은 우리 시범조의 일원이 되어 상황극을 연출, 연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모두 은 일병이 부르던 팝 송 '키스 미 퀵'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었지요. 또 사단 전체에서 뽑혀온 끼 있는 대원들이 모인 터라 짬짬이 틈을 내 쉬던 휴식 시간의 즐거움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부산에서 온 이방부 일병의 기타 솜씨하며 유일랑 상병이 추던 탭 댄스는 지금까지 내가 본 중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73연대 요원이었던 유 상병도 가끔 생각하면 그리워집니다. 모두 보고 싶은 얼굴들입니다.
다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는지요? 제대 후 대전 우리 집에도 잠깐 들렸던 은정봉씨. 지금은 학교 교감쯤은 하고 있을 테지요? 은정봉씨, 그리고 231 대대요원이었던 여러분들! 기억 나면 연락주세요.
/sjk21@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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