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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꿀맛같은 휴식 佛 "5분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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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은 지금/꿀맛같은 휴식 佛 "5분 시트콤"

입력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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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요." 아주 짧은 시간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겨우 5분짜리 인기 시트콤이 있다. 프랑스2의 '남자 하나, 여자 하나'와 M6의 '카메라 카페'(사진). 저녁 뉴스 직전에 편성돼 뉴스 시청률까지 좌우하는 이 시트콤은 프랑스 외에도 유럽 10여개 나라에서 방송되고 있다.1999년부터 방송된 '남자 하나, 여자 하나'의 주인공은 슈슈, 룰루라는 애칭을 쓰는 평범한 30대 맞벌이 부부. 슈슈는 쇼핑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살 것이 없어도 세일에는 꼭 가보는 타입. 반면 쇼핑 따라가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룰루는 친구가 부르면 득달같이 달려가는 남자다. 이 드라마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을 재치있게 스케치한다.

"뭐? 당신 친구 부인이 유효기간이 하루나 지난 요구르트를 줬다구? 어쩜, 위생관념도 없지" 하며 깐족이던 슈슈는 냉장고에서 유효기간 지난 우유를 발견하고는 "죽기야 하겠어? 이게 다 돈인데" 하며 쓱 따라서 남편한테 갖다 준다. 선반을 달아주겠다고 큰소리 꽝꽝 치던 룰루는 못 하나 박고는 TV 앞에 누워버린다. 700만명의 시청자들은 실제 부부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듯한 직설적인 대사에 "어, 우리 얘기네" 하며 무릎을 친다.

방영 3년째, 400만명의 시청자를 거느린 '카메라 카페'의 무대는 회사 복도. 이 시트콤은 마치 커피 자판기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처럼 회사원들이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주고받는 대화를 엿본다. 두 주인공은 한국식으로 하면 '홍길동'과 '나편리'쯤으로 부를 수 있다. 구매부장이자 노조 대표인 홍길동은 아무 일에나 정치적 해석을 갖다 붙이고, 영업부장 나편리는 한마디로 '나 한 몸 편하자' 주의자에다 남의 사생활 들추기를 즐긴다. 둘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우정을 키워간다. 자판기의 조그만 유리를 거울 삼아 콧구멍 청소를 하고, 방금 야단을 친 상사에게 늦었지만 나름대로 야무진 대꾸를 하면서.

고된 하루 일과를 마치고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조금은 유치한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픽 웃게 된다. 실컷 웃고 나서 생각도 조금 해본다. 그러나 너무 진지하게 않게. 5분 시트콤의 인기는 바로 꿀맛 같은 5분의 휴식을 제공하는 데 있다.

/오소영 프랑스 그르노블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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