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검찰은 25일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의 사장이자 80억 달러의 재산을 소유한 신흥갑부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40·사진)를 횡령 및 조세 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지난 수개월 동안 유코스의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이날 호도르코프스키를 횡령과 조세 포탈, 사문서 위조, 공무 집행 방해 등 7개 혐의로 긴급 체포한 뒤 법원으로부터 구속 영장을 발부받았다. 유코스의 대변인은 "중무장한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이날 새벽 5시 업무차 이르쿠츠크로 향하던 중 중간 급유를 위해 시베리아의 한 공항에 멈췄던 회사 전용기에 들이닥쳐 호도르코프스키 사장을 연행해갔다"고 밝혔다.
수사 당국은 "호도르코프스키가 각종 경제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안팎의 대다수 관측통들은 이번 사건을 올 11월 총선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비협조적 기업인 길들이기'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그동안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블로코당과 우파연합(SPS)은 물론 공산당에도 자금을 지원해 왔으며, 개인적으로 2008년 대선 출마를 수차례 암시하는 등 정치적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호도르코프스키는 1990년대 초반 옛 소련 붕괴에 따른 일련의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급성장한 러시아판 신흥재벌(올리가르흐)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는 당시 싼값에 경매되던 국영 석유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일약 거부(巨富) 대열에 올랐으며, 그동안 서구에 못지 않은 투명한 기업운영과 첨단 경영 기법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러시아 경제계는 이번 사건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최근 탄력을 받고 있는 경제 성장과 외국인 투자 활성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실제 다음달로 예정됐던 유코스와 또 다른 석유사 '시브네프티'의 합병이 큰 타격을 입게 됐으며, 유코스 지분 매입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에 저항하다 해외로 쫓겨난 언론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나 블라디미르 구신스키처럼 호도르코프스키 역시 몰락의 길을 걸을 지 주목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올리가르흐
소련 붕괴후 급부상한 러시아의 신흥재벌 그룹. 소수가 권력을 독점하는 과두정치를 뜻하는 올리가키(oligarch)의 러시아식 표현이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비호 아래 에너지·통신 등 대형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뒤, 10여 년간 정권과 밀월관계를 유지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로 최근 권력 수뇌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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