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의 해외탈출이 러시를 이루는 가운데 해외 진출 기업의 30% 이상이 현지적응에 실패해 철수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해외탈출이 능사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제조업체 202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상업체의 47.5%가 이미 중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했고 4곳 중 한 곳은 앞으로 2년 이내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중국에 진출한 기업 10곳 중 2곳은 투자실패로 이미 철수했으며 13.7%도 조만간 철수 예정이라는 점이다. 30%가 넘는 기업이 해외진출에 실패했다는 뜻이다.실패 요인은 사전조사 미흡(40.8%), 업종 선정 실패(29.5%), 중국내수 부진(11.1%), 현지 합작선과의 불화(9.8%) 등으로 충분한 조사와 준비과정 없이 무턱대고 이전한 것이 주 실패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기업들의 해외이전은 세계화 시대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산업공동화가 우려되고 실업사태를 악화시킨다고 해서 기업의 해외탈출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의 해외진출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 뻔한 마당에 해외진출 기업의 30% 이상이 투자실패라는 전철을 밟는다면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국내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문제겠지만 멀쩡한 기업들이 해외로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정부가 외국기업 유치할 땐 온갖 혜택을 주면서 우리 기업이 떠나는 것을 방치하는 이유를 묻고 싶다. 기업들이 떠나지 않도록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할 일이다. 기업들을 붙잡아 둘 능력이 없다면 현지적응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라도 해야 한다. 기업들도 무턱대고 밖으로 나가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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