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나라당 의원총회는 메아리 없는, 공허한 강경투쟁 출정식이었다. "검찰이 야당만을 표적으로 칼을 겨누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는 성토가 나왔지만 상당수 의원은 침묵하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SK 비자금 100억원 수수를 시인한 최돈웅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SK 비자금은 당 차원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자금은 정치적 사안이어서 함구하려 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나 SK에서 받은 자금 전액을 당에 전달했다는 것을 검찰에서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기에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당에서 '나 몰라라'는 식으로 하지 말라는 경고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의총 후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았다. "언론이 소설을 쓰고 있다", "검찰에서 진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국회 지하주차장에 대기중인 승용차에 올라 황급히 떠났다.
이어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인 하순봉 의원이 최 의원을 감싸고 나섰다. 그는 "선거 때 당직자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며 "이 모든 것은 당을 위해 선거에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은 공정할 때 의미가 있은 만큼 민주당 대선자금, 노무현 대선자금을 전부 밝혀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인섭 의원도 "재신임 선언 이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금부터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며 강경투쟁을 호소했다. 홍사덕 총무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역대 대선이 끝난 뒤 패자를 향해 법의 이름으로 돈 문제를 꺼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검찰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러자 최병렬 대표는 "내주부터 당을 비상체제로 운영하겠다"며 비장한 각오로 화답했다. 그는 "26일 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SK비자금 수사 등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겠다"며 당의 단합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의총은 발언이 줄을 잇던 평소 모습과는 크게 달랐다. 최 의원의 발언에 상당수 의원이 입을 다물었다. 한 소장파 의원은 "'나는 상관 없다'며 안일하게 대처한 지도부도 문제지만 거짓말을 일삼다가 이제 와 '당을 위해 한 일이니 알아서 하라'고 협박하는 최 의원도 문제"라고 분개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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