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 쇼지 지음·장원철 옮김 산처럼 발행·1만3,000원
주(周)·진(秦) 시대 한자가 등장한 이후 2,300년 동안의 변화과정을 언어사·문화사의 시각에서 접근한 책이다. '갑골문에서 간체자까지 한자 형성 공간의 탐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한자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 성과를 정리한 주요 사서(辭書)의 편찬과 특징, 한자의 표음화와 간략화하는 과정에 기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한자의 창안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역경(易經)에는 성인(聖人)이 만들었다는 내용이 있고, 또 다른 기록에는 전설상의 제왕인 황제의 사관 '창힐'이 새나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만들었다고도 한다. 현재 가장 오래된 한자 자료는 기원전 14∼12세기 기록된 은(殷)나라의 갑골문이고, 그로부터 1,000년이 흐른 진(秦)나라때 비로소 문자의 통일이 이뤄진다.
한자어를 부수법에 의해 분류·배열한 최초의 사전은 후한(後漢·기원후 22∼220)때 허신이 쓴 '설문해자(設文解字)'이다. 이때만 해도 한자어는 9,000여자에 불과했으나 송나라때에는 3만자, 청나라때에는 4만7,000자, 1991년에 나온 '한어 대자전'에는 5만6,000자로 늘어났다. 한나라에서는 9,000자 이상을 읽고 쓸 줄 알아야 지방관리가 될 수 있었다.
청조 말의 한자 개혁론은 한자 표음화와 간략화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루쉰(魯迅)은 "한자를 없애지 않으면 중국이 망한다"고 주장했을 정도이다. 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문자의 개혁에 들어갔고 1959년부터는 한자의 필획을 대폭 줄인 간체자를 사용했다. 한자어 연구의 배경과 발전과정을 다각도로 조명한다는 점이 흥미로우나 전문용어가 많아 딱딱하고 어렵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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