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미 지음·방대훈 그림 두산동아 발행·7,000원
아이들 세계라고 해서 마냥 천진하고 밝기만 한 건 아니다. 지나치게 똑똑한 요즘 도시 아이들은 살고 있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친구를 사귀고, 약하거나 별나거나 뒤처진 친구를 약삭빠르게 왕따 시키기도 한다. 그래도 분명 어른들의 닳고 닳은 처세와는 다른 순수함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기 동화작가 황선미의 신작 '막다른 골목집 친구'는 요즘 아이들의 친구 사귀기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 '과수원을 점령하라' 등의 베스트셀러를 잇따라 내놓으며 좋은 평가를 받아 온 작가다. 섬세하고 사실적인 심리 묘사, 군더더기 없고 빠른 전개,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 등 그의 동화의 특징은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다빈이네 반에 전학 온 종호는 첫날부터 아이들과 부딪친다. 말이 별로 없고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짓고, 건널목에서 신호가 바뀌려는 순간 위험천만하게 길을 건너는 버릇이 있는 종호를 아이들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한다. 다빈이는 그런 종호를 좋아하진 않지만, 왕따시키지도 않는다. 알고 보니 종호는 뺑소니 사고로 아빠를 잃고 엄마하고 사는 아이. 미용실에서 일하는 종호 엄마는 바쁘다는 이유로 저녁 한 번 차려주는 법이 없고 뭐든 사먹으라며 돈만 쥐어준다. 툭하면 때리기도 한다. 그래서 종호는 아무리 더운 날에도 긴 양말을 신고 다닌다.
반면 다빈이는 모범생이고 가정 형편도 좋다. 종호는 다빈이를 부러워하고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교실에서 돈이 없어진 게 종호 짓이라고 짐작한 다빈이는 종호를 멀리 한다. 오해는 결국 풀리고, 미안한 마음에 종호네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잘 놀고 돌아가는 다빈이에게 종호가 말한다. "다시는 나랑 안 논다고 해!" 다빈이 엄마가 종호 같은 애랑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종호는 상처 받아 거칠어진 아이다. 다빈이가 그런 종호를 이해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작가는 간결한 문체로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아이들 심리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서 오는 설득력이 강하다. 굳이 미화하거나 교훈을 강조하지 않는 이런 접근법 덕분에 책을 덮고 나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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