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정계은퇴 요구를 수락한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84·사진) 전 총리가 내셔널리즘에 편승한 일본 정계의 개헌 움직임에 경고를 보냈다.미야자와 전 총리는 23일 저녁 은퇴 기자회견에서 "외국에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의 기본원칙은 앞으로도 변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내셔널리즘의 흥륭(興隆)이 시절에 따라 있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할 때도 있지만 건전한 것으로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953년 참의원으로 정계에 들어와 1962년 경제기획청 장관으로 입각한 이래 '경무장(輕武裝), 경제우선 노선'을 견지하며 일본의 방위력 억제와 고도 성장을 주도해온 그는 자민당의 비둘기파를 대표하는 정치인이었다.
1991∼93년 총리를 지낸 뒤 1998년 오부치 내각과 2001년 모리 내각에서 몸을 낮춰 재무성 장관을 맡았던 경제통이기도 한 그는 불황 탈출을 위해서는 재정협력이 필요하다"며 "재정은 봉인해두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고이즈미 총리의 재정억제 정책에도 충고를 던졌다.
그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라며 "아쉬움을 말하자면 끝이 없고 이것저것 생각하면 좀처럼 물러나기가 어렵다"고 은퇴 결단의 심정을 토로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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