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의 한나라당 계좌추적 수사 방침에 항의한 것은 명백한 외압이다. 원내 과반의석을 확보한 거대야당의 대표가 소속당이 수사 대상인 사안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몰염치하다. 한나라당은 여당이나 정부의 책임자가 검찰에 전화를 걸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경우, 이를 외압이라고 비난해 왔다.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받은 100억원이 한나라당에 유입됐음이 확인됨으로써 받은 충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지만, 어려울수록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옳다.최 대표의 전화는 SK 비자금사건에 임하는 한나라당의 대처가 명분없는 강경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수사가 대선 당시 자금관리를 맡았던 지도부를 겨냥하고, 당의 계좌를 뒤지는 쪽으로 확대될 경우 검찰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는 적반하장이다.
최 대표는 송 총장에게 "당의 계좌 조사는 명백한 대통령의 지시로 야당의 대선경비 전체에 대한 추적으로 보겠다"고 말했고, 대책을 논의한 의원총회에서도 반성은커녕 강경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최 대표는 26일 노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서 이 같은 방침을 통고할 것으로 보이며, 한나라당은 내주부터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지금이라도 대선자금의 내역을 공개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이해를 구해야 한다. 대선자금의 계선에 있었던 인사들이 함구로 일관하고, 당사자인 최 의원이 말 바꾸기를 계속하는 한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에 압력을 넣어 계좌 추적을 방해할 게 아니라, 잘못을 뉘우치고 수사에 솔선해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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