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1년 10월25일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스페인 말라가에서 태어났다. 1973년 몰(沒). 피카소라는 이름에서 일반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난해성'일 것이다. 그의 화폭에서 현실은 극도로 비틀리거나 과장돼 아마추어 감상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전형적인' 피카소 그림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꽤 야무진 눈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전문적 감식안을 지닌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피카소에 찬탄하는 것은 아니니, 서양화가 오지호(吳之湖)는 이미 1930년대에 피카소의 작품 세계를 '가짜'로 파악하고 힐난한 바 있다.그래도 많은 미술사가들은, 20세기 조형예술을 되돌아보며 단 한 사람의 예술가를 꼽아야 한다면, 주저 없이 피카소를 꼽는다. 피카소의 조형 혁명이 과연 그런 영예로운 선택을 정당화할 만큼 위대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의 예술 세계가, 화폭 속에 현실을 해체해버리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현실에 밀착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 내전기에 생산된 판화 연작 '프랑코의 꿈과 거짓말'(1937)과 벽화 '게르니카'(1937), 6·25 전쟁 중에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1951) 같은 작품들이 그 예다. 피카소의 많은 작품들은, 위대한 예술이 으레 그렇듯, 형식적으로만 전복적인 것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진보적이었다.
기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 중엽에, 또래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크레파스 상표는 '피카소파스'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문구점에 나온 그 크레파스 갑 위의 상표 부분에 종이가 덧대졌고, 그 덧대진 종이 위에는 '피닉스파스'라는 새 상표가 쓰여있었다. 피카소파스가 피닉스파스로, 불사조파스로 바뀐 것이다. 왜 그랬을까? 피카소가 공산당 활동을 했다는 것이 어느 순간 문제가 된 걸까? 궁금하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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