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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코리안 드림, 그 방황과 희망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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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코리안 드림, 그 방황과 희망의 보고서

입력
200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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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혜선 지음 아이필드 발행·1만원

"조선족은 중국에서 130년 동안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민족 문화를 지키고 정체성을 지켜 왔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중국문화를 받아들이고 중국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민족을 배신한 듯한 힐난을 받아야 하는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중국을 선택할 때에는 또 2등으로 제외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존재가 참 곤혹스럽죠."

옌볜(延邊)대 조문학부 본과를 마치고 한국에서 유학 중인 한 여학생은 재중동포(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점잖다거나 지식인 취향의 고민이라고 해야 맞겠다. 재중동포 작가가 한국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한 재중동포의 삶을 담은 이 책은 말 그대로 한 몫 챙기겠다는 꿈을 품고 한국에 와 겪는 훨씬 고단한 풍경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흔한 사례는 일 시킨 뒤 불법체류를 약점 잡아 임금을 체불하거나 아예 떼먹는 경우. 작가는 이를 사기 피해, 산재와 함께 재중동포들의 3대 액운으로 꼽았다. 중국서 많은 빚을 지고 짧은 시간에 큰 돈 벌러 온 동포에게 이런 경우가 닥치면 인생에서 낭패본 거나 다름 없다. 하지만 한국을 수 차례 드나들며 이런 저런 막일에다 보따리 장사까지 더해 쏠쏠하게 돈을 벌어 챙긴 사람도 적지 않다.

사랑으로 맺어졌지만 결국 문화 차이와 사소한 갈등이 쌓이면서 갈라서고 마는 재중동포와 한국인 커플의 이야기 등 책에는 사연들이 가득하다. 옌볜에서는 이름난 작가 대접을 받고 있는 저자의 단정하고 사뿐한 글솜씨와 우리와는 다른 옌볜식 말을 읽는 재미도 있다. 작가는 '문이 열리면 좋은 공기, 나쁜 공기 다 들어오지만 그래도 좋은 공기가 더 많이 들어온다. 코리안 드림은 역작용도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작용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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