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장제스(蔣介石·1887∼1975) 전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사진) 여사가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자택에 숨졌다고 대만 외교부가 24일 발표했다. 향년 106세.고령으로 오래 전부터 암 등 여러 질병과 싸워온 쑹 여사는 올 3월 자신의 생일 연회에도 불참하는 등 건강이 계속 악화했다. 쑹 여사는 올 초 "내가 죽으면 대만에 묻어달라"는 뜻을 대만 정부에 전달했다.
저장(浙江)성 재벌 쑹씨가의 셋째 딸로 태어난 쑹 여사는 미 웨슬리대학을 졸업하고 1927년 장제스와 결혼했다. 장 총통의 통역 등으로 활동하면서 중국의 대내외 현안에 깊이 관여한 쑹 여사는 서방언론에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비쳐졌다.
1936년 시안(西安) 사건이 발발해 남편 장 총통이 연금되자 저우언라이(朱恩來)와 담판을 지어 남편을 석방시킨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중국 공산당 정권이 들어선 이후 쑹 여사는 빼어난 미모와 어학 능력 등을 동원해 미국의 정·재계에 '타이완 커넥션'을 구축하는데 앞장서는 한편 국민당 중앙평의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쑹 여사는 남편이 사망하고 남편의 전처 소생인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이 후계자로 나선 1975년 뉴욕으로 건너갔다. 이후 87∼91년 대만에 일시 체류했던 것을 빼고는 줄곧 미국에 머물러왔다.
쑹 여사는 우리의 독립을 지원한 공로로 1966년 한국정부로부터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기도 했다.
쑹 여사의 둘째 언니 칭링(慶齡·작고)은 신해혁명을 주도한 쑨원(孫文)과, 큰 언니 아이링(靄齡·작고)은 당시 대재벌 쿵상시(孔祥熙)와 각각 결혼해 이들 세 자매는 대만은 물론 중국인들의 가슴 속에도 깊이 각인되어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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