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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00억 받아오라" 지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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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100억 받아오라" 지시했을까

입력
200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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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SK비자금 수수와 관련,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돈을 받아 당에 전달했을 뿐"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전달자'로 한정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배후' 규명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최 의원이 밝힌 비자금 수수경로는 민주당의 경우와 일면 흡사하다. 열린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당시 정대철 선대위원장으로부터 'SK가 돈을 내겠다니 만나서 받아라'는 말을 듣고 SK관계자를 만나 후원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대선 당시 민주당은 정대철 김원기 이상수 의원 등이 기업들을 분담해 대선자금 모금에 나섰고, SK 담당은 정 의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 역시 기본적인 구도는 민주당과 유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 의원은 "당 재정위원장으로서 20∼30군데 기업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고 검찰은 "최 의원이 SK측에 먼저 대선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의원이 언론을 통해 주장한 요지는 SK가 자신을 직접 통하지 않고 다른 제3자를 통해 자금 지원을 제의해 왔다는 것이다. 최 의원에게 '돈을 받으라'고 지시할 수 있는 인물로는 서청원 선대위원장과 김영일 사무총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최 의원은 또 돈을 당에 전달한 이후 집행 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대선 조직과 자금 운용은 기본적으로 사무총장의 직무범위라는 점에서 역시 김영일 의원이 가장 유력한 당사자로 꼽힌다. 검찰은 이날 "한나라당 쪽에서 당 사무처와 재정국이 관여됐다고 말하는 만큼 이쪽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실무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김영일 의원을 지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회창 전 총재의 인지 여부는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선 당시 이 전 총재가 전화를 걸어 "왜 자꾸 전화를 해 (모금을) 독촉하느냐"고 질책했다는 것이 최 의원의 주장. 이 전 총재가 돈 문제에 개입하길 꺼렸다는 점과 대선자금 조성 경위를 대충 알고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불법 여부까지 인지했는지는 의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총재 조사 여부에 대해 "아직 그런 말을 할 단계가 아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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