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간의 경제 교류를 둘러싼 미 행정부와 의회의 힘겨루기가 치열해지고 있다.미국 상원은 23일 미국인들의 쿠바여행 제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찬성 59, 반대 38로 가결했다. 미 하원도 지난달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227대 188로 통과시켰으며 상·하원은 앞으로 합의를 거쳐 법안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 동안 여러 차례 "대 쿠바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해 온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심의 중인 900억 달러 규모의 교통부 및 재무부 예산안에 쿠바 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이 조금이라도 포함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최종 발효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상원이 이날 통과시킨 법안은 현재 교통부와 재무부가 담당하고 있는 쿠바 여행객 감시 활동에 할당된 예산을 삭감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여행 제한이 완전히 풀리면 연간 280만 명의 미국인이 쿠바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발효시킨 쿠바 제재법안은 40년 넘게 쿠바 경제를 옥죄는 주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최근 들어 농산품, 의료 부문 무역이 특별 예외 규정의 형식으로 허용되면서 여행 제한은 사실상 마지막 남은 제재 조치로 여겨져 왔다.
쿠바 제재의 존폐를 둘러싼 양측의 논리는 저마다 "고통 받는 쿠바 국민을 위해서"이다. 부시 대통령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달러를 막는 것이 쿠바에 민주정부 수립을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의원들은 "제재는 쿠바 사회를 변화시킬 새로운 사상의 유입마저 막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표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여행 허용을 옹호하는 의원들 대부분은 쿠바 시장 진출을 노리는 농민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 출신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접전을 벌였던 플로리다 주에 몰려 사는 쿠바계 미국인들의 '반 카스트로' 정서를 의식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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