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마라톤 영웅' 정성옥이 4년 동안 애타게 찾던 남한 기자와 해후한다.민족평화축전 참가단의 일원으로 제주도에 온 정성옥이 찾는 사람은 1999년 스페인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원로 스포츠 프리랜서 조동표(78)씨. 정성옥은 24일 "당시 금메달을 딴 직후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남측 기자가 큰 도움을 주어 뜨거운 민족애를 느꼈다"며 평화축전 조직위에 조씨를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 소식을 접한 조씨가 "당장 25일 제주도로 내려가겠다"는 뜻을 전해 만남이 성사된 것.
당시 결승선을 끊고 숨을 몰아쉬던 정성옥은 외국 기자들과 인터뷰 때 한국어 통역이 없어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이때 대회 관계자가 공동취재구역에 대기중이던 기자들에게 달려와 "한국어 하는 분 안 계세요"라고 다급하게 소리쳤고 유일한 한국 기자였던 조씨가 트랙으로 뛰어나갔다. 조씨는 "막판 스퍼트한 힘이 어디서 나왔냐"는 등 외국기자들의 질문을 받아 "항상 최선을 다하라는 김정일 장군님의 말씀이 생각나 이를 악물고 뛰었다"는 등 정성옥의 답변을 전했다. 정성옥은 이후 공식기자회견을 거절해 외신기자들은 조씨를 취재해 기사를 송고할 수 밖에 없었다. 조씨는 "재작년 금강산에 갔을 때 북측 감시원에게 '그 유명한 조동표 선생님이시군요'라며 환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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