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봇 기술은 미국이나 일본에 못지않은 높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연구 차원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으로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간친화복지로봇시스템연구센터(HWRS·소장 변증남)의 초청으로 방한한 조셉 엥겔버거(78) 박사는 23일 KAIST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산·학·연 협력을 통한 로봇의 상품화를 강조했다. 전날 KAIST에서 특강을 하고 학생들의 연구 프로젝트도 살펴 본 그는 "박사학위를 받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돈을 벌 수는 없는 연구"라고 꼬집기도 했다.
미국 콜롬비아대 재학 당시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과학소설에 매료돼 로봇 연구를 시작했다는 그는 1961년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 '유니메이트(Unimate)'를 개발해 '로봇의 아버지'로 불린다. 당시 그는 연구실에 머물지 않고 직접 '유니메이션'이란 회사를 설립, 제너럴모터스, IBM 등에 산업용 로봇을 공급했다. 또 최근에는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인 '헬프메이트(HelpMate)'를 만들어 미국의 170여개 병원에 판매하거나 대여해주는 기업을 세운 사업가이기도 하다.
"산업용 로봇의 시대에 이어 서비스 로봇의 시대가 옵니다.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 인간복지 로봇이 호황을 누릴 겁니다."
그는 "현재 전세계 산업 로봇 시장의 70%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지만 한국도 충분한 기술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서비스 로봇의 개발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로봇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많은 영화에 등장하는 미래의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나리오에 대해 그는 "단순한 공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로봇의 지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인간이 로봇을 제대로 디자인한다면 로봇은 인간을 위해 일하는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진짜 인간과 비슷한 로봇의 등장은 300년쯤 지나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면서 자신의 로봇 사업의 파트너와 후원자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부터 미국로봇산업연합은 로봇 연구에서 기여한 사람에게 '엥겔버거 상'을 수상하고 있으며 이번에 엥겔버거 박사를 초청한 KAIST 변증남(60·한국로봇공학회장) 교수가 지난 6월 이 상을 수상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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