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화학자를 꿈꾸며 수석입학한 후배를 50년 만에 맞이한 전 이화여대 교수와 연세대 재학중 등반사고로 숨진 아들을 둔 어머니가 각각 거액의 장학금을 기탁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전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정명숙(69·오른쪽) 교수는 23일 세계적 화학자를 꿈꾸며 수석입학한 후배를 위해 '화학영재 양성'에 써달라며 1억원의 장학기금을 이화여대에 쾌척했다. 정 교수는 "이공계 기피 세태속에서 50년만에 화학 전공생이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장학금을 기탁했다"며 "우수 화학도 양성을 위해 뜻깊게 쓰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신 또한 1953년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화학전공에 입학할 당시 전체 수석을 차지했던 정 교수는 2004년도 이화여대 수시1학기 모집에서 "세계적인 화학자가 꿈"이라는 이윤진(17·서울과학고2·왼쪽) 양이 전체 수석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장학금 기탁을 결심했다. 이 기금은 화1학 및 과학교육과 화학전공생 학생중 수석입학한 학생들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정 교수는 "30여년동안 모교에 재직하면서 내심 화학전공에서 수석이 나오길 고대했었다"며 "우수 이공계 학생들이 의대 등으로 몰리고 기초과학학문이 외면받는 세태에서 50년만에 화학과 수석소식을 듣게돼 너무 반가웠다"고 덧붙였다. 이날 장학기금의 첫 수혜자가 되는 이 양을 만난 정 교수는 "내가 못다 이룬 노벨상 수상의 꿈을 50년 후배가 이뤄주길 바란다"며 세계적 화학자가 되어 주기를 당부했다.
한편, 연세대학교(총장 김우식·왼쪽)는 이날 고 이정일 동문(건축공학 65년 입학)의 모친인 김준손(오른쪽) 여사로부터 장학기금 3억원을 기탁받았다. 1969년 건축공학과 졸업을 한 달 앞둔 아들을 등반사고로 잃은 김 여사는 2000년부터 우수학생들을 남모르게 도와오다 이번에 거액의 장학금을 내놓은 것.
연세대는 '이정일장학기금'을 제정해 건축공학전공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김 여사는 "학교 사랑이 남달랐던 아들은 평소에도 돈을 많이 벌어 모교에 장학금을 내고 싶어했다"며 "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이 이룰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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