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클럽 & 마니아-이화여대 교수중창단 "백설공주와 오빠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클럽 & 마니아-이화여대 교수중창단 "백설공주와 오빠들"

입력
2003.10.24 00:00
0 0

화요일 오전 8시 이화여대 대학교회 성가대 연습실. 캐주얼한 차림의 남자교수 7명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목을 푼다."자, 그럼 한번 불러볼까요?" 이윽고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데 귀에 좀 익숙한 듯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짱가 짱가 우리들의 짜앙가∼'. 세상에, 지금 40대들이 코흘리개 시절에 봤을 법한 만화영화 주제가가 성악가 버전으로 울려퍼진다. 시침 뚝 떼고 능청스럽게 어깨 추임새까지 넣어가며 노래를 부르는 그들은 바로 이화여대가 배출한 인기그룹 '백설공주와 오빠들'이다.

교수성가대서 활동하다 97년 창단

"교수성가대에서 활동하다가 어느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남자 교수들끼리 중창단 한번 만들어보자는 데 의기투합했어요. 성가곡에 구애받지말고 팝송도 부르고 가요도 부르면 노래하는게 더 즐겁지않겠나, 뭐 그런 식이었는데 멤버가 7명이었어요. 반주자로 피아노전공하는 예쁜 대학원생도 영입했구요. 이름은 당시 교목이셨던 박원기 목사님이 지어주셨는데 이름이 워낙 재미있어서 97년 데뷔(?)할 때 덕 좀 봤지요, 하하." '오빠들' 얘기에 '백설공주' 김민경(피아노 석사과정·23)씨가 미소를 짓는다

백설공주와 오빠들은 창단초부터 각종 학교 행사의 단골손님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여자대학교에 재직중인 남자교수들의 중창단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우선 눈길을 끈데다 도무지 40대로는 보이지않는 젊고 세련된 외모도 인기몰이에 한 몫 했다(오죽하면 오빠들이겠는가!).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공연스케줄이 잡혔을 정도. 지금은 학장이나 학과장 등 보직을 맡은 멤버들이 많아지면서 대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지만 가끔 월요일 아침 학생예배시간에 무대에 설 때면 '오빠∼'를 외치는 학생들의 열띤 호응으로 여전한 유명세를 실감한다.

초창기 멤버에 '노래방 오디션'을 통해 새로 3명의 교수를 추가, 현재 단원은 반주자를 포함해 11명에 이른다. 정기연습은 매주 화요일 오전 8시에 어김없이 성가대연습실에서 열린다. 연습은 성악가이기도 한 김동근(교목실) 교수가 주도한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온 단원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챙겨주는 것은 막내단원인 홍종필(언론홍보영상) 교수의 몫. 지각생에게 벌금 1만원을 물리고 결석하면 밥사야한다고 으름짱을 놓는 군기반장은 이종목(한국화) 교수, 팀의 온갖 잡일을 챙기는 것은 강철희(사회복지) 교수 차지다. 화요일 모임은 창단초부터 줄곧해온 것이지만 빠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시간이 멤버들에겐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노래를 가지고 놀아요. 화음도 맞추고 새로운 곡도 연습하고 '몸치'들이 많지만 공연이 있을 때는 노래에 맞춰 율동연습도 하고. 그러면서 즐기는 거예요. 서로 다른 분야 전공자들이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교류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도움을 주고받고…. 이렇게 좋은 클럽활동이 또 있을까 싶어요."

멤버들은 레퍼토리 발굴에도 열성적인데, 성가 팝송 리듬앤블루스 트로트 등 어떤 장르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좋은 악보를 구하기가 쉽지않다는 것. 그래서 멤버들이 해외에 나갈때면 국내서 보기 힘든 악보를 구해오는 것은 기본이고, 인터넷을 뒤지기, 해외유학중인 대학생 딸을 동원해 현지 인기악보 구하기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된다.

음악회 준비도 꼭 논문쓰듯

여름방학이면 아예 가족들까지 다 동원해 음악캠프를 연다. 강원도 오크밸리나 오색약수터, 춘천, 마석 등이 멤버들이 찾은 장소. 음악캠프에서도 가족은 아랑곳없이 온종일 남자들끼리 노래연습을 해대는 바람에 아내와 자녀들의 불만과 핀잔이 하늘을 찌르지만 멤버들의 반응은 태연자약 그 자체다. "아니, 음악캠프에서 노래연습하는 것도 죄예요?"

바쁜 학교생활이지만 99년도에는 단독콘서트도 가졌다. "누가 선생님 아니랄까봐, 음악회 준비도 꼭 논문쓰듯 하느라 엄청 힘들었죠." 덕분에 멤버들의 빼어난 화음이 담긴 음악CD도 만들었다. 비록 비매품이지만 각고의 노력끝에 내놓은 열정의 산물이라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백설공주와 오빠들은 올 겨울에는 창단 이래의 숙원인 캐롤콘서트를 개최할 계획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따스한 온기와 즐거움이 담긴 노래선물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장소도 지하철음악회나 학생문화관 로비 같은 열린 공간을 생각중이다.

"음악은 나눌수록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노래하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지만 무대에 설 때 더 즐거워요. 다른 사람들과 음악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앞으로도 백설공주와 오빠들의 유쾌한 노래이야기는 쭈∼욱 계속될 겁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