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 안전보장 방안의 방향에 대해 큰 선을 그음에 따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전망이다.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 기간 중 이어진 부시 대통령의 발언으로 확인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 윤곽은 북한이 요구하는 불가침 조약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서명하는 문서 형태로 요약된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안전보장 문서의 효력화 작업에 공동 참여, 보장의 공신력을 높이는 것도 골조를 이룬다.
하지만 6자회담 참가국들이 어떤 모양새로 문서화에 참여할지, 미 대통령의 서명하는 문서가 어떤 형식이 될지는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미 정부 관리들은 동맹국들과 의논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 정부가 확실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다만 "미국 안팎의 역사적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언급에서 미 정부 생각의 일단을 읽을 수 있을 뿐이다.
현재 가장 활발한 추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례는 우크라이나 모델이다. 이 모델은 구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카자흐스탄 3국에 배치된 핵 무기 해체를 위해 미국 영국 러시아가 다자 안전보장을 해준 방식을 일컫는다. 이 국가들은 미국 등 3국으로부터 불가침 및 경제적 강압 배제 약속과 함께 상당한 규모의 미국 원조를 받았다.
이 방식을 6자회담의 틀에 적용할 경우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동등한 자격으로 북한에 대한 불가침을 보장하는 외교문서에 서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는 이미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등 상호관계에 질적 차이가 있는 만큼 북한이 6자 회담 참가국의 동등한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 방안과 함께 1981년 이란 내 미 대사관 인질 사건 해결을 위해 알제리를 중재자로 이란에 미국 내 이란 자산 동결 해제와 이란 내정 불간섭을 약속했던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핵심은 미국의 '축복' 형식이다.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 미 대사는 LA 타임스에서 "행정명령 또는 연방 상원의 비준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통령의 약속 형태가 제안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정부 때의 공동성명이나 대통령 친서의 유용성도 검토 대상이다. 제네바 핵 합의 타결을 앞두고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침략의도가 없음을 명시한 친서를 북한에 보냈던 전례를 참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식 대북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온 부시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적 효력이 없는 의회의 '동일 결의(Concurrent Resolution)'를 통해 의회의 보증 효과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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