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아직도 바르니? 난 붙여!'얼마전 KBS 2TV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에 나온 장면 하나. 여주인공 공효진이 마음에 없는 약혼자 어머니와의 상견례를 앞두고 피부관리를 한다. 예전 같으면 마사지 크림을 듬뿍 바르고 열심히 문지르는 장면이 나오련만 이번엔 좀 다르다. 눈 코 입을 동그랗게 파낸 하얀 마스크 한장을 얼굴에 붙인 채 애꿎은 강아지를 붙잡고 신세한탄을 한다. 그게 뭐냐고? 생긴 그대로 '마스크 팩'. 올 가을 최고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귀차니스트(매사를 귀찮게 여기며 게으름 피우는 사람을 뜻하는 사이버상 신조어)' 상품이다.
마스크 팩이 급속도로 피부 영양 팩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팩은 피부 노폐물을 제거하고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데 사용되는 기초화장품을 일컫는 명칭. 주 내용물에 따라 머드팩부터 한방팩 석고팩 비타민팩 화이트닝팩은 물론, 대중탕에서 500∼1,000원에 판매되는 각종 과일팩 등 다양한 제품들이 있지만 최근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사용의 편리성을 강조한 마스크 팩의 급부상이다.
마스크 팩은 한마디로 설명하면 얼굴 모양에 맞게 재단된 부직포에 화장품의 영양성분을 흡착시킨 상품이다. 포장을 뜯어서 바로 얼굴에 붙이기만 하면 뒷손질이 따로 필요없다. 기존의 젤 타입 팩들은 얼굴에 바른 뒤 굳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떼어내거나 물로 씻어내고 기초화장을 다시 해야 한다. 게다가 마스크 팩은 붙인 채 그냥 잠자리에 들어도 그만이다. 고된 일과에 시달린 직장여성들이나 귀찮은 건 질색이지만 피부는 고와지고픈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이유. 뉴트로지나 화장품 홍보담당 송지영씨는 "마스크 팩이야말로 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제품"이라고 말한다.
마스크 팩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다양한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은 줄잡아 20여개. 본래 마스크 팩은 보습이 주된 역할인데 인기가 높아지면서 각종 기능성들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2000년 출시된 SK-?의 피부탄력 강화용 팩 '페이셜 트리트먼트마스크'와 CNP스킨의 미백과 모공관리, 지성피부관리 등 3종으로 특화한 '코인마스크'가 대표적.
그밖에도 이니스프리는 아로마테라피 효과를 넣은 '릴렉싱허브 마스크'를 내놨으며 뉴트로지나는 민감한 피부를 진정시키면서 피부톤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스킨 클리어링 수딩마스크'를 선보였다. CJ는 오이 레몬 등의 세포를 살아있는 그대로 흡착시킨 '셀얼라이브'를 개발, 고객들에게 냉장차로 배달해주기도 한다.
사용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올 들어 마스크 팩만 이용하고있다는 회사원 이경미(34·서울 마포구 성산동)씨는 "사용감이 매우 가벼운데다 주로 마스크를 붙인 채 자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피부가 촉촉하게 정돈되어있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피부보습효과를 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마스크 자체가 외부공기 차단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CNP차앤박피부과 박연호 원장은 "마스크가 외부공기를 차단하면서 수분증발을 막아 보습효과를 높이는 것은 물론 피부온도를 따스하게 유지해 영양성분의 흡수율을 증가시킨다"고 설명한다. 또 시트 타입이라 머드팩 등에 비해 피부자극이 거의 없어 민감성 피부나 건조피부에도 별다른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물론 마스크 팩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잠자면서 팩을 할 때 간혹 시트가 밀려 침구를 더럽힐 수 있고 극히 건조한 곳에서는 장시간 팩을 하는 것이 오히려 피부를 지치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리성과 효과 때문에 마스크 팩 시장은 앞으로도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브랜드에 따라 한장에 3,000원부터 1만6,000원까지.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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