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웰빙(Well-being)족'이라고 칭하는 회사원 이모(30·여, 서울 목동)씨의 핸드백속에는 미네랄 생수 1병, 생식 1포, 비타민 제품, 아로마 스틱이 들어있다. 출근길에 챙긴 생식은 간편하게 아침식사 대용으로 그만이다. 생식은 선식과 달리 열처리를 하지 않아 원료 그대로의 영양가가 살아있고 맛도 좋아 든든한 아침식사로 충분하다. 업무중 피로가 몰려올 때 최근 구입한 물없이 씹어먹는 비타민을 먹는다. 또 아로마 스틱을 꺼내 향을 맡고 나면 몸 뿐만 아니라 마음의 피로까지 사라지는 느낌이다. 퇴근 후에는 건강도 지키고 몸매관리도 할 겸 근처 휘트니스 센터에서 요가강습을 받는다. 강습을 마친 뒤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 풍부한 미네랄 생수를 마신다.불황 속에 '웰빙(Well-being)' 열풍이 불고 있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자'는 뜻의 웰빙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자 '웰빙족'을 겨냥한 상품이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불황속 웰빙족 겨냥 상품 불티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기농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3∼4배 비싸지만 가족의 건강을 중시하는 주부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상이 최근 선보인 100% 유기농 재료로 만든 '청정원 유기농 케첩'은 일반 케첩보다 2∼3배 비싸지만 출시 3개월만에 13억5,000만원 어치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풀무원 '유기농 콩두부'는 한 모(420g)에 2,400원으로 일반 두부보다 2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월 평균 매출이 2000년 2,580만원, 2001년 1억540만원, 2002년 2억8,750만원, 올해 4억5,150만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웰빙족 엄마들 사이에는 유기농 이유식 바람이 불고 있다. 매일유업이 지난해 신세대 주부들을 겨냥해 유기농 농산물을 원료로 만든 '유기농 맘마밀'을 선보인 데 이어 남양유업은 '명품 유기농'을 내놓았다. 일동후디스도 5월 유기농 이유식 '후디스 아기밀 업그레이드 모아'를 개발, 유기농 이유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기농 이유식은 전체 이유식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쇼핑몰 CJ몰에서는 지난달 요가 비디오 테이프 판매량이 1월보다 5배 이상 늘어났고 '스파맛사지', '발맛사지'도 30% 정도 매출이 증가했다. 직장인들의 과다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등을 방지하기 위한 두피전문 헤어상품들도 인기다. (주)태평양의 두피전용 샴푸 '댄트롤 쿨민트 후레쉬'와 P&G의 헤드앤숄더, 유니레버의 비듬케어용 도브크림샴푸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건강한 두피를 가꾸기 위한 제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젊은층 타깃 신상품 러시
웰빙족을 겨냥한 고품격의 신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간절약형 가전제품부터 천연코팅쌀, 천연비타민, 다이어트 프로그램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필립스전자는 기존 스팀 다리미와는 달리 별도의 탱크에서 스팀을 발생시켜 다리미로 스팀을 공급해주는 신개념 스팀시스템 '프로베이퍼'를 내놓았다. 한시간 반 동안 물보충이 필요없으며 두꺼운 옷감 다림질이나 실크와 같은 섬세한 옷감 다림질에서 자주 발생하는 번들거림을 방지할 수 있어 바쁜 맞벌이 부부들로부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알앤엘생명과학(주)은 국내 최초의 천연물질 코팅쌀 '소당미'을 상품화했다. 서울대연구팀과 공동개발한 소당미는 혈당강화에 효과가 있는 구기자, 뽕잎, 오디, 홍삼 엑기스를 오리농법 유기농쌀에 코팅해 식사를 하면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세계 최대 유기농 유통회사인 SUSA(www.Seekersusa.com)는 한국의 유기농하우스(www.uginong.com)와 손잡고 체내 흡수율이 80∼90%에 이르는 유기농 천연비타민 신제품과 각종 유기농 화장품, 어린이 두뇌발육제, 천연 다이어트 상품 등을 약국 등을 통해 시판할 예정이다. CJ 홈쇼핑 관계자는 "웰빙족은 상품 구매를 통해 개인적인 가치를 실현하려는 새로운 개념의 소비계층"이라며 "구매력이 있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침체된 내수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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