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아직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김창국(63)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취임후 처음으로 23일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여 동안 서울 중구 후암동의 독거노인 거주지역인 일명 '쪽방동네'를 방문했다. 그러나 베이지색 점퍼에 검정색 캐주얼 구두 차림의 산뜻한 겉모습과 달리 김 위원장은 현장 방문 내내 큰 충격을 받았는지 표정이 어두웠고 때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 부근에서 승용차를 내린 김 위원장이 맨처음 맞닥뜨린 것은 성인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과 곳곳에 앉아 있는 걸인들과 취객들이었다. 5분여 동안 오르막 골목길을 따라 걸은 뒤 김 위원장이 도착한 곳은 한 사람이 눕기에도 비좁은 0.5∼0.7평 정도 크기의 쪽방 1,200여개가 다닥다닥 모여 있는 쪽방동네. 노인들의 손을 잡으며 "날씨도 추워지는데 불편한 점은 없느냐""식사는 제대로 하느냐"고 묻던 김 위원장은 도배도 안 된 높이 1.5m, 0.5평 크기의 쪽방에 들어가보곤 "교도소보다 더 열악한 곳에서 살다가는 멀쩡한 사람도 병이 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쪽방동네 거주자 가운데 70%가 60세 이상 독거노인들이고 이들이 일세 2,000∼7,000원을 벌려고 고물줍기, 껌팔이, 구걸 등을 하며 어렵게 살고 있다는 말에 김 위원장은 "앞으로 현장 방문을 좀 더 자주해 현장의 어려운 실정을 인권위 활동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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