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속에도 패션의 꽃은 핀다. 2004 춘하 서울컬렉션위크가 국내외 중견과 신인을 망라한 24명의 디자이너들이 참가한 가운데 25∼28일 서울 코엑스 3층 컨벤션홀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지난 봄 국내 컬렉션 사상 최초의 통합컬렉션으로 재탄생했던 서울컬렉션위크는 이번 시즌에 디자이너그룹 스파(SFAA·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가 탈퇴하는 바람에 규모는 다소 축소됐다. 그러나 9월말부터 시작, 지난 15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 밀라노 파리 뉴욕에 이르는 세계적 패션컬렉션의 바통을 이어 국내서 열리는 첫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패션인들의 관심이 높다.
컬렉션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은 2004년 봄여름 시즌 트렌드를 '순수시대로의 회귀와 자연주의'로 꼽는다. 전쟁과 테러, 경기침체 등 국내외의 불안정한 시대상황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패션에서 '좋았던 옛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있다는 이유다.
작품들을 미리 엿보면 우선 한승수씨는 꽃을 테마로 막 사랑에 빠진 남성의 패션스타일을 보여준다. 김서룡씨는 보헤미안의 자유로움을 자연스럽게 구김이 간 린넨이나 실크소재로 표현할 예정. 홍은주씨는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영감을 얻은 몽환적이고 한없이 부드러운 실루엣들을 선보인다.
임현희씨는 중세 유럽스타일의 고풍스럽고 로맨틱한 의상들을 섹시하게 풀어내며 홍미화씨는 흰색 옥색 하늘색 등 밝은 색상들을 통해 전원의 평온함을 옷으로 표현한다. 또 지춘희씨는 60년대부터 80년까지의 복고트렌드를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낼 예정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디자이너는 박병규 한송 홍은주 최창호씨 등이다.
박병규씨는 90년대 중반 캐릭터 여성정장 브랜드 '앗슘'을 런칭하면서 패션계의 기린아로 급부상했던 인물. 깔끔한 정장 재킷에 밑단을 비대칭으로 재단한 치마를 곁들이는 등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의복구성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했으나 부도사태를 겪으면서 2000년대 들어 패션계를 떠났다. 올해 '하우앤왓(how and what)'이라는 새 브랜드를 출시한 그에게 이번 무대는 재기의 패션쇼인 셈.
한송씨는 기성복의 홍수속에도 고급 맞춤복만을 고집하는 특이한 이력의 디자이너로 올해 파리 오트쿠틔르 무대에 진출, 현지 언론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파리무대에서 선보였던 영화 배트맨을 소재로 한 독특한 옷들이 소개된다. 홍은주씨는 올해 패션협회가 주관한 월드디자이너프로젝트의 첫번째 수혜자로 선정된 인물. 역시 파리컬렉션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가지고 국내 바이어와 패션인들의 평가를 기다린다.
최창호씨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중국시장에 진출해 자기 브랜드를 설립, 상하이를 거점으로 6개의 지점을 낼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국통 디자이너다. 이번 컬렉션의 입장티켓은 패션쇼 회당 7,000원이며 한국패션협회에서 구입할 수 있다. www.seoulcollectionweek.or.kr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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