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원회의 추진 배경과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봐달라."22일 저녁 서울 대학로의 한 노천 호프집에서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가 맥주잔을 앞에 두고 연극계 발전방안 등에 대해 한바탕 즉석 토론을 벌였다.
이날 만남은 이 장관이 문화부 출입기자들과 근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문예진흥원 문예극장에서 연극 '당신, 안녕'을 관람한 후 가진 뒷풀이에 정 교수가 참석해 이뤄졌다. 같은 장소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이혼의 조건' 연출자이기도 한 정 교수는 지난달 '연극인 100인 선언'을 주도, 이 장관의 '문화계 코드인사'를 비판한 바 있다.
두 사람은 30여분 간 덕담을 섞어가며 문예진흥원을 예술위원회로 개편하는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 장관이 먼저 연극계의 보혁 갈등 움직임과 관련, "고향인 대구에서 연극배우로 잠깐 활동한 적이 있고, 친형도 연극인이어서 평소 연극계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방심한 부분이 있다"며 "문화정책을 세우고 이끌어가는 공무원 주도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므로 민간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이해를 구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문화예술 지원정책 결정을 예술가들에게 맡겨놓으면 오히려 획일주의, 권위주의를 막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대화가 끝난 후 '문화예술위원회, 무엇이 문제이며 대안은 없는가'라는 제목의 건의서를 장관에게 전달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평일이나 주말에 대학로나 국립극장, 영화관을 예고 없이 혼자서 찾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도 기자들과의 단체관람에 앞서 '이혼의 조건'을 혼자 보았다. 이 장관이 자신의 정책에 대해 반기를 든 인사들이 주도하는 공연을 관람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반발을 희석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눈길도 있으나 문화인 출신의 문화부 장관으로서 현장을 찾아 다니며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평가가 주류였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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