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지러워 보고 듣는 일들이 날마다 놀랍다. 정권과 야당이 싸우고, 집권층 내부까지 심하게 갈라져 있으니 도처에 깨지는 소리들이다. 정책현안들을 두고 충돌하는 파열음들은 또 어떤가. 민간 쪽의 여론대립도 마치 대리전 같다. 10억, 100억, 200억원 등의 돈 잔치를 벌였던 정치권은 폭발직전의 긴박감이 흐른다. 이쪽저쪽으로 자잘하게 갈라져 피차간에 밑천이 몽땅 드러나 버렸다. 아집과 분열의 판이다.■ 관견(管見)은 작은 구멍으로 하늘을 보는, 편협한 시야를 뜻하는 말이다. '갈대구멍으로 하늘을 본다'는 뜻의 위관규천(葦管窺天)이라는 성어에서 줄여 나온 말이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즐겨 쓰면서 이후 역대 선사들이 설법에 많이 인용했다고 한다. 붓대보다도 작은 구멍으로 하늘을 쳐다본들 무엇이 보이겠는가, 가 없이 넓은 하늘을 조각조각 내는 결과 밖에 더 있겠는가라는 의미가 여기에 담겨 있다. 사물의 본질과 전체를 파악하지 않고 특정목적이나 사리사욕을 위해 아전인수식으로 왜곡하는 일을 삼가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대롱 속으로 표범을 엿본다'는 관중규표(管中窺豹)도 중국 진나라 시대에서 유래된 같은 뜻의 성어다.
■ 작금의 어지러움은 저마다 관견의 편협함이 경쟁하듯 난무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꼬여있는 대통령 재신임 문제도 그렇다. 최도술씨 비리에서 초래되는 듯하더니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정치권 전체의 정화라는 의미로 가져가면서 혼미 상태이다. 자신에 연관된 문제를 자기 중심으로 대하니 최씨 비리를 정치권전체의 문제로 희석시키는, 편한 인식을 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 한나라당의 관견도 마찬가지다. 최씨 비리가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최돈웅 의원의 뒷돈 수수가 가려질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주 최병렬 대표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이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을 들을 수 없었던 것도 좁디좁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드러낸다.
■ 최씨 비리와 한나라당을 싸잡아 공격하는 민주당과 신당은 누구인가. 지난 8개월간 국정혼란으로 대통령 재신임을 받을 지경에 이르는 동안 여당의 신분으로 1차적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결정한 이라크 파병을 보란 듯이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신적 여당이라고 자처하니 어리벙벙할 뿐이다. 내년 선거가 걱정돼서인지 이제 와서 청와대를 향해 쇄신을 하라고 목청을 높여봐야 문맥대로 순수하게 봐 주기만은 어렵게 돼 있다. 총리가, 장관이, 대통령 참모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지도자들은 관견을 삼가야 한다. 지도자들이 저마다 제 갈대만 들고 들여다 봐서야 답을 찾을 수 없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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