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오만발(發) 비보'에 축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비록 코엘류호가 훈련시간이 짧았다고는 하지만 약체인 베트남(FIFA 랭킹 98위)과 오만(FIFA 랭킹 80위)에 연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소식이다.전임 거스 히딩크 감독때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졌던 만큼 변명의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약팀에 패해 상황이 틀리다. 당연히 감독 경질의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의 승패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감독만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23일 급거 귀국한 조중연 축구협회 전무는 "다음주중 기술위원회를 열어 코엘류 감독의 거취를 심각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위원회를 열어 코엘류 감독의 진퇴를 결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먼저 선수 선발에 문제는 없었는지, 협회의 지원은 충분했는지 등 패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번 기회에 한국축구 전반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기술위원회는 단순히 선수 선발이나 감독 교체 등을 다루는 기구가 아니다. 기술위는 대표팀 감독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눈과 귀가 돼야 한다. 또한 감독과 선수들을 잇는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오만 원정에는 단 1명의 기술위원도, 비디오 분석관도 파견하지 않았다. 기술위의 직무유기는 아닌지, 무사안일한 처사는 아니었는지 스스로 되짚어 봐야 한다.
당장 눈앞의 성적만 가지고 일희일비하는 냄비 근성도 문제다. 과거에도 여러 감독들이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경질설에 시달렸다. 박종환 감독이 96년 12월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이란에 2―6으로 대패한 뒤 물러났고, 차범근 감독은 98년 6월 프랑스 월드컵 본선 도중 네덜란드에 0―5로 패한 뒤 불명예 퇴진했다.
중동에서 날아온 2연패 소식은 충격적이지만 여론에 편승해 코엘류 감독을 나무 위에 올려 놓고 흔들기 보다 코엘류 감독과 코칭스태프, 기술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원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먼저 철저하게 패인을 분석한 뒤 코엘류 감독의 잘잘못을 따져도 늦지 않다. 코엘류 감독을 성급하게 경질하는 것만이 최선책은 아니다.
/전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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