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내년 방송 예정인 대하사극 '이순신'이 원작 계약 문제로 난관에 부딪쳤다.KBS는 2TV에서 방송중인 '무인시대' 후속으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다루기로 하고, 8월 소설가 김탁환(한남대 문예창작과 교수)씨의 4부작 소설 '불멸'의 판권을 사들여 1차 시놉시스(줄거리) 작업까지 마쳤다. 그러나 KBS는 "이순신의 생애를 보다 밀도있게 다룬다"는 취지로 9월 김훈씨의 '칼의 노래'(2부작)를 추가 계약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김탁환씨가 "계약 당시 공동 원작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현준 KBS 드라마제작국장은 "100부작 대하사극을 만들면서 소설 하나를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면서 "'불멸'은 이순신의 전 생애를 풍부하게 다뤘고 '칼의 노래'는 인간적인 접근 시각이 돋보여 선택했지만 이를 토대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작가와 제작진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시놉시스 작업까지 도와준 원작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판권 계약 후 KBS에서 정한 작가 두 명이 "시놉시스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 KBS에 확인한 뒤 소설 개정판을 내기 위해 준비한 자료까지 제공해가며 40여일간 공동 작업을 해 300쪽 분량의 시놉시스를 완성했다. 그런데 10월 초 시놉시스를 제출한 뒤에야, 그것도 다른 경로를 통해 '칼의 노래'를 추가 계약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공동 원작임을 알았다면 여름방학까지 반납해가며 시놉시스 작업에 참여했겠느냐"면서 "더 화가 나는 것은 추가 계약 사실을 쉬쉬하다 문제가 터진 뒤에도 사과는커녕 경위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측에 이번 주까지 서면으로 정확한 경위를 설명하고 정식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보냈다.
KBS측의 설명은 좀 다르다. 김현준 국장은 "솔직히 공동 원작을 쓸 때 먼저 계약한 쪽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하지만 계약 당시 '되도록 많은 작품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놉시스 공동 작업은 (KBS가 아닌) 작가가 요청한 것이고, 앞으로 여러 번 수정을 거쳐야 한다"며 "시놉 작업에 참여한 것만으로 단독 원작이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KBS는 일단 만나서 대화로 풀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씨는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KBS의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 서면 답변을 통해 사과를 받은 뒤 향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문제가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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