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30)은 전방위 엔터테이너이기보다 한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 영화배우로 기록될 가능성이 더 높다.‘색즉시공’과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 그의 페이소스 짙은 코미디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도로 하나의 스타일을 성취했다.
여기에 ‘위대한 유산’에서의 현실감 넘치는 백수 연기를 더하면 당분간 그의 코미디 연기를 능가할 이는 없어 보인다. 얼굴이나 트렌드가 아닌 코미디 연기로 승부를 건다는 점에서 그는 매우 보기 드문 진지한 코미디언이다.
고등학교 시절 단역으로 출연한 ‘남부군’ 이후 ‘비트’에서 정우성의 친구 역으로 발돋움했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호연을 펼쳤지만 그가 두각을 나타내는 영역은 단연 코미디다.
그의 웃음은 우디 앨런 식의 자기 연민을 형이하학적으로 끝까지 밀고 내려간 지점에 있다. 인생의 밑바닥을 뒹구르다 나온 듯한 얼굴이면서도 해맑기 그지 없는 눈빛이 그를 미워할 수 없게 한다.
‘해적’의 똥지게꾼, ‘색즉시공’의 차력반 대학생, ‘위대한 유산’의 서른 먹은 백수에게서 연민과 웃음, 인간적인 숨결이 함께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
여기에 밀고 당기며 웃음의 때를 절묘하게 잡아내는 재치가 웃음에 때깔을 입힌다. ‘위대한 유산’에서는 김선아를 뒷받침 해주는 넉넉함까지 보여주었다.
이종도 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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