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받은 SK비자금 100억원이 당에 유입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가 이를 알았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 전총재가 몰랐을 리 없다는 시각은 "SK는 최 의원이 아니라 당선이 유력한 이 전총재를 보고 돈을 주었을 것"이라는 '상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SK는 돈을 준 사실을 어떻게 해서든 이 전총재의 귀에 들어가도록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SK가 이 전총재와 막역한 친구 사이인 최 의원에게 돈을 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100억원이라는 거액을 당에 가져온 사람도 대선 후 논공행상을 기대하며 자신의 기여를 이 전총재에게 알리고 싶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그럴 듯 하다.
아울러 이 전총재는 지난 대선 당시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돈 문제에 지나치게 나서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밝혀져 그가 선거자금 모금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총재측은 예상대로 "전혀 몰랐다"며 펄쩍 뛴다. 한 측근은 이 전총재와 최 의원의 전화통화에 대해 "이 전총재는 자신의 친구가 모금에 앞장서는 모습이 괜한 오해를 살까 우려해 그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전총재가 귀국한 20일 SK비자금 유입의혹에 대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단언한 것이 거꾸로 이 전총재는 몰랐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총재측은 "검찰수사가 더 진행되면 결백이 입증될 것"이라며 "그 전에 진상을 알고 있는 김영일 전사무총장이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 전총재측은 그러나 이 전총재가 비자금 수수사실을 알았느냐 여부와 별개로 거액의 불법자금에 대한 정치 도의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입장표명의 시기와 수위를 저울질 중이다.
이 전총재는 23일 저녁 옥인동 자택에서 몇몇 측근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한 측근 의원은 "이 전총재가 사태 추이에 따라 선친 1주기 추도식(30일) 직후로 잡았던 재출국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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