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하되 시기만 조정할 뜻을 밝힌 데 대해 "계속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하며 "선 진상규명, 후 재신임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병렬 대표는 "나의 재신임 입장은 수미일관 똑같다"며 "진실을 밝히고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는 "문제의 핵심은 위헌시비"라며 "이 문제만 해소되면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국민투표의 위헌시비 해소를 재차 촉구했다.박진 대변인은 "12월15일로 투표를 못 박은 게 엊그제인데 그 이후 야당 반대로 어렵다는 핑계를 대고 급기야 시기조정 문제까지 들고 나왔다"며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하는 노 대통령의 말을 어떤 척도로 재단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공격했다. 그는 이어 "국정을 볼모로 더 이상 국민을 혼란하고 불안하게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재신임 국민투표 발언 자체가 정략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재신임 제안을 철회토록 촉구했다. 정균환 총무는 "시기 조정은 필요 없다"며 "언제 해도 위헌적인 재신임 국민투표를 철회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와대와 국무위원 개편 등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국정쇄신과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순 대변인은 논평에서 "APEC정상회의 출발당시 '모든 정당이 반대하는데 혼자서 강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국민투표 철회를 시사했던 노 대통령이 또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익을 위해 외국을 방문중인 대통령이 자꾸만 국내정치문제를 꺼내는 것은 가볍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진의를 궁금해 하며 "국민투표를 지지하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정동채 홍보기획단장은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원칙을 바꾼 것이 아니고 시기를 뒤로 늦출 수 있다는 의사를 말한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평수 공보실장도 "대통령이 제안한 12월15일 국민투표 실시를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신기남 의원은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된다"면서 "국민투표와 상관없이 국정쇄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김영춘 의원도 "야당과의 합의를 시도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투표 시기가 너무 늦어지면 혹여 한달 이내에 대선과 총선을 치러야 하는 국가적 낭비 사태가 올 수 있어 곤란하다"며 '선(先) 국정쇄신'을 주장했다.
자민련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종필 총재가 25일 노 대통령을 만나 국민투표를 하지 말도록 요구할 것"이라면서 "시기 조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을 받아도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국정 개혁과 인적 쇄신 등을 통해 국민에게 호소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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