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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집산책-장충동 한정식집 '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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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맛집산책-장충동 한정식집 '토방'

입력
2003.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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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충동의 한정식집 ‘토방’은 예술작품 같은 느낌을 주는 ‘단호박 차조찜’ 하나만으로도 가을철 입맛을 돋워준다.전북 부안식 한정식을 내놓는 이 집 음식은 호박 요리에서 이미 예감했듯 하나하나가 남다르다. 구기자 마죽, 동아 물김치, 생식초 드레싱, 콩나물 잡채, 약전닭찜과 코다리 조림, 그리고 홍어 삼합과 산낙지 볶음, 병어구이 등….

메뉴에서부터 뭔가 새롭다. 가끔 한정식집에서 한상 가득 차려 나오는 음식들을 보고서 ‘푸짐하지만 입맛이 당기지 않는’ 그런 경험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한정식을 시키면 처음 상에 오르는 애피타이저부터 독특하다. 색깔이 팥죽같아 물어 보면 ‘구기자 마죽’이라 한다. 구기자와 검은 쌀에 한약 육수를 부어 쑨 것이다.

호남음식 전문가로도 유명한 주인 김인숙(43)씨는 “허해진 기를 보해 주는 음식”이라며 “모든 음식이 기를 북돋워 주는 데 맞춰져 있다”고 소개한다.

평범해 보이는 샐러드는 맛이 새콤하면서도 신선하다. 알고보니 생식초가 드레싱이다. 오미자와 탱자, 색초, 잣식초, 감식초 등 여러 종류의 식초를 섞어 만들었다. 여러 종류의 식초들을 직접 담그고 발효시킨 매실과 감 버섯도 추가된다. 생식초가 들어가면 음식이 소화가 잘 된다.

동치미가 나와 한 숟갈 뜰라치면 어째 맛이 다르다. 동아를 사용해 만든 물김치를 잘못 본 것이다. 정과를 만드는 데 쓰이는 동아는 임금이 즐겨 먹던 식품 중 하나.

길다란 박처럼 생겨 겉은 딱딱한데 속을 파내 물김치를 담근다. 무인줄 알고 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부안에서 명절이나 경사 때면 반드시 식탁에 오르는 콩나물 잡채도 바로 옆에 놓여진다. 약간 매운 듯 새콤한 맛이 그만이다.

벌써부터 배가 불러 온다. 꽤 많이 먹었는데 이제 메인 메뉴가 시작이다. 코다리 조림, 갈비찜, 호박범벅탕과 전유어, 손두부도 함께 기다린다.

약전닭찜은 20여가지 한방 재료를 함께 넣어 끓인 육수에 찐 것이다. 육수 이름은 ‘십전대보탕 육수’라고. 술 마신 다음날 한방 냄새가 은은히 풍겨나는 이 국물과 함께 밥을 먹으면 숙취가 말끔히 가신다고.

고기는 이 집에서 민물새우로 직접 담근 토하젓에 찍어 먹는다. 낙지 볶음도 산낙지를 사용해 살이 가늘고 부드럽다. 호박을 넣고 끓인 호박범벅탕의 얼큰한 국물까지 한 숟갈 들이키면 ‘어허’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아참! 이집에서는 그릇을 살살 놔야 한다. 광주요 김해경 도회 등 유명한 그릇만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한 상에 그릇 값만 최고 200만원이 될 때도 있다 한다.

대갓집 며느리로 하루 반상 11개를 차리던 외할머니의 손맛을 배웠다는 김씨는 “아프다가도 주방에만 들어가면 힘이 날 정도로 음식 만드는게 좋다”고 말한다.

/글 사진 박원식기자

메뉴와 가격 점심정식 2만원, 정식이 아닌 간편한 식사도 많이 찾는다. 시골김치찌개 7,000원. 부안영양돌솥밥과 불고기쌈밥은 1만원. 저녁때 먹을 만한 토속정식과 채석강 정식은 각각 3만8,000, 4만8,000원.

영업시간 및 휴일 매일 밤 10시까지. 설날과 추석만 쉰다.

규모 및 주차 200석에 회식용 방 6개, 인근 주차장까지 쓰면 70대까지.

찾아가는 길 장충체육관에서 신라호텔 면세점 올라가는 길 우측.

연락처 (02)2233_3113, 남편 조현수씨가 운영하는 삼성동점 (02)562-5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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