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받은 SK비자금 100억원이 이회창 전 총재의 사조직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사람의 두터운 인간관계다. 두 사람은 경기고 동기동창으로, 둘만 있는 자리에서는 반말을 하는 막역한 친구 사이다.강원도 주류업체인 경월소주 전 오너로 당내 대표적 재력가인 최 의원은 이 전 총재가 1998년부터 총재를 지내는 동안 당 운영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강원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사업가였던 데다 국회 재경위원장을 지내 재계에도 인맥이 넓은 편이었다.
이런 최 의원에 대한 이 전 총재의 애정은 2001년 10월 강릉 보궐선거 과정에서 절절히 확인됐다. 최 의원은 당시 선거법 위반혐의로 의원직을 잃게 될 위기에 몰리자 대법원 확정판결 직전 의원직을 자진 사퇴했다. 피선거권 박탈을 피해 다시 출마하려고 편법을 쓴 것이다. 당연히 당 안팎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 전 총재는 최 의원 공천을 밀어붙여 당선 시켰다. '원칙맨' 이 전 총재에게는 친구를 위한 일종의 '일탈 행위'였던 셈이다.
이 전총재는 지난 대선 때도 최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돈 문제에 지나치게 나서지 말라"고 걱정어린 충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비자금 전달창구로 최 의원을 찍은 것도 이 같은 두 사람의 관계를 이용해 자기들의 대선 기여를 이 전 총재에게 확실히 각인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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