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따라 출가하와 중생을 제도코자 하옵니다."박현태(朴鉉兌·70) 전 KBS 사장이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조계산 선암사에서 열린 태고종 제27기 합동득도수계법회에서 사미계를 받고 스님이 됐다. 지난달 29일부터 실시된 4주간의 행자교육을 수료, 태고종 승려가 된 그는 이제부터 속세에서 쓰던 이름 대신 지연(志淵)이란 법명으로 불리게 됐다.
"감개무량합니다. 머리 깎은 지는 오래됐지만 승복은 오늘 처음 입었는데 거울을 보니 내가 생소한 사람이더군요." 수계식을 마치고 가사와 장삼 차림으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자유로울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제가 이 나이에 면벽수행 같은 고행을 하겠습니까? 대단한 목표 같은 것은 없습니다. 고승이 되거나 교단에서 직책을 맡을 일도 만무합니다. 다만 스님들과 신도님들 심부름 하고 제 공부나 해나가겠습니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원산리 모란미술관 부지에 내년 여름께 지어질 백련사의 주지로 신도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서두르지 않고 2∼3년은 우선 절을 잘 지킨 뒤에 사회봉사를 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출가 사연을 다소 길게 밝혔다. "매스컴에서 일하는 보람도 있었지만 계속하는 것은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교수로 갔는데 그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 강사나 위원회 위원장 같은 것도 할 수 있었지만 어떤 경우에도 후배의 길을 막거나, 선배들을 잡아당기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균 수명이 80이 넘는 세상이고 제 건강도 괜찮아 봉사하는 삶으로 불교를 택했습니다."
그는 애초에 출가할 생각이 없었지만 절에서 꼭 필요한 염불 공부를 2년 동안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절을 지어주겠다는 독지가를 만난 게 출가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세속의 삶에 대한 미련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버린 것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대해 원한도 없고, 분통 터지는 일도 없습니다. 가족도 버리지 않았고, 재산도 없습니다. 담담한 심정입니다."
/순천=남경욱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