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를 둘러싸고 격전을 치렀던 LG와 하나로통신이 금명간 초고속인터넷업체인 두루넷 인수를 놓고 또다시 한판승부를 벌이게 됐다. 법정관리 상태에 있는 두루넷이 누구 손에 넘어가느냐에 따라 곧 구조조정의 격랑을 맞게 될 후발 통신업계의 주도권 향배도 달라질 수 밖에 없어 두루넷 인수전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 예상된다.22일 업계에 따르면 두루넷은 금주중 회사정리 계획안을 확정지어 법원에 제출할 방침이다. 관계인 집회와 채권단 회의 등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두루넷은 연내 새로운 주인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 두루넷인가
9월말 현재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두루넷은 11.4%(가입자 129만명)를 점유하고 있다. 26.3%의 하나로통신으로선 두루넷을 껴안을 경우 점유율이 40%에 육박, KT(48.8%)와 인터넷시장을 양분할 수 있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온세통신까지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데이콤의 시장내 비중이 1.7%에 불과한 LG로서도 두루넷을 잡아야만 유선 통신시장에서 재도약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 두루넷을 인수한다면 데이콤의 초고속통신망과 시외·국제전화, 파워콤의 전국적 망 네트워크를 통해 유선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장차 LG텔레콤을 망라한 통합서비스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게 LG의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3강의 꿈을 놓지 않은 LG와 독자생존의 길이 열린 하나로통신은 후발사업자간 구조조정을 누가 주도할 것이냐를 놓고 정면대결이 불가피해졌다"며 "후발업계가 LG중심으로 재편되느냐, 아니면 하나로통신 주도로 재편되느냐는 바로 두루넷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7,400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부담스럽긴 하지만, 양측 모두 두루넷을 놓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1일 주총 직후 윤창번 하나로통신 사장과 LG측이 일제히 "두루넷 인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런 대결구도를 염두에 둔 것이다.
자금력 싸움될 듯
8월25일 두루넷 1차 입찰에선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2곳이 응찰했지만 자격·가격미달로 유찰됐다. 당시 양측은 인수가격으로 4,000억∼5,000억원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양측 모두 자금력이 넉넉하지는 않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11억달러의 외자가 들어오지만, 금년과 내년에 갚아야 할 채무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LG 역시 파워콤 인수대금이 4,000억원이나 남아있고 데이콤 정상화를 위한 자금수요도 만만치 않다. 통상 유찰 후 실시되는 재입찰은 가격이 떨어지는 편이지만, 인수경쟁이 뜨거워지면 양측이 자금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풀 베팅'을 할 가능성도 크다.
LG가 '10·21 패전'을 설욕할 지, 하나로통신이 연승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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