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자산을 위탁 운용하는 국내 투자신탁 및 자산운용 업계가 기업 인수합병(M&A)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특히 자산운용법 시행을 앞두고 외국계 운용사들의 국내 투신사 인수를 통한 간접투자 시장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급물살 타는 구조조정 시장
22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SK증권의 자회사인 SK투신운용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SK투신운용은 자본금 300억원으로 SK증권(지분율 35%)과 신흥증권(지분율 30%), 한미은행(20%)이 주요주주다. 미래에셋은 SK증권 보유 지분을 전량 인수키로 합의했다.
SK투신운용 수탁액은 2조1,160억원으로 전체 30여 개 투신사중 중형사다. 미래에셋증권 자회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투신운용의 수탁액 5조982억원을 감안하면 이번 M&A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은 수탁액이 7조2000억원으로 국내 투신업계 7위권 대형사로 올라서게 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국내 투신시장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투신영업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SK투신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국민은행의 자회사인 국은투신운용(현 랜드마크투신)을 인수해 국내 투신시장에 진출한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동양오리온투자증권 등 투신사 추가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설립·운영하는 사모 지분투자(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펀드가 최근 동양오리온투자증권과 인수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투신시장은 외국계 각축장
모건스탠리가 동양오리온증권을 인수할 경우 과거 대형 투신사에서 전환한 5개 전환증권사 모두 주인이 외국사로 바뀔 전망이다.
현투증권은 이달 말이나 11월 초 미국 푸르덴셜그룹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투자증권도 푸르덴셜그룹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투증권과 대투증권은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경영정상화를 앞당긴 이후 매각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론스타펀드가 이미 양 증권사의 인수의사를 밝혀놓은 상태다.
이들 5개 전환증권사는 자회사로 투신운용사를 거느리고 있다. 현재 32개 투신사중 외국인 지분율이 50%가 넘는 곳은 9개다. 여기에 전환증권사 계열의 5개 투신사의 수탁고를 포함할 경우 국내시장의 14%(22조원)를 점유하고 있는 외국계투신의 시장점유율은 54%(84조원)로 늘어난다.
내년 1월 자산운용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세계최대 투신사인 피델리티가 국내에 직접 진출하는 등 외국사의 국내시장 진출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외국사의 국내 진출은 국내 간접투자 시장의 신뢰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은행에 이어 투신시장 주도권도 외국인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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