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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수수 007작전/지하주차장서 5번 "접선" 1억씩 담은 비닐백 받아 "車떼기"후 제3의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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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수수 007작전/지하주차장서 5번 "접선" 1억씩 담은 비닐백 받아 "車떼기"후 제3의 장소로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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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한다. 여러 면에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비자금 관리인 김영완씨를 통해 현대로부터 200억원을 받은 과정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런 은밀함 만큼 여러가지 의문점도 남기고 있다.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 최 의원으로부터 대선자금 지원요청을 받은 김창근 SK 구조조정본부장은 부외자금에서 현금으로 100억원을 조성했다. 속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불투명 비닐 쇼핑백에 1억원씩 모두 100개로 낱개 포장된 돈은 한번에 20억원씩 5차례에 걸쳐 대형 승용차에 실려 최 의원의 서울 이촌동 D아파트로 옮겨졌다. 최 의원은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택이 아닌,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SK측 차량과 '접선'한 뒤 '차에서 차로' 돈을 옮겨 싣고 '제3의 장소'로 사라졌다. 김영완씨가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주차장 근처에서 '차떼기'로 돈을 받은 것과 수법이 거의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김씨는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로 양측을 확인한 반면 최 의원은 대담하게 대리인 없이 직접 비자금 수수를 지휘했다는 점이다.

돈 전달 과정에서 사과상자가 아닌 비닐 쇼핑백이 사용된 것은 특이하다. 비닐백은 단순 선물로 비춰질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하지만, 남의 눈에 잘 띄기 쉽다. 이 같은 약점을 감수했다면 돈의 이동장소나 사용처는 적어도 비닐백 100개가 노출되기 어려운 곳이어야 한다. 때문에 100억원은 일단 지리적으로 멀지 않으면서 보안이 유지될 수 있는 곳으로 이동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당사가 아닌 제3의 장소로는 먼저 최 의원 등이 별도로 운영한 사무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마포구 도화동의 S아파트 등이 꼽힌다.

돈 전달 시기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당시는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후보 단일화 이전으로,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압도하던 때였다. 비록 당 재정위원장이긴 하지만 SK와 큰 인연도 없는 최 의원이 SK에 후원금이 아닌 거액의 비자금을 요구해 받아내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적던 시기다. 둘 사이에 제3의 인사가 개입했고, 사용처도 선거지원용 만은 아닐 것이라는 추정은 그래서 나오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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