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공산당을 만든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가 헤게모니와 진지전이란 참신한 공산주의 전략을 생각했을 때 그의 머리 속에 꿈틀거린 개념이 있었다. '국가권력을 전복하기에 앞서 시민사회를 장악하라.'독일의 나치즘, 소련의 스탈린주의 등 20세기 독재 체제가 과거의 전제 정치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들이 교묘한 여론 조작 등을 통해 대중의 지지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를 '대중독재(Mass Dictatorship)'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리하고 각국의 사례를 비교 검토하는 대규모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한양대 인문학연구소가 24∼26일 이 대학원 화상회의실에서 여는 '강제와 동의―대중독재에 대한 비교사적 연구'에는 무려 8개국 18명의 역사학자들이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한다. 학술회의는 동유럽의 현실사회주의 체제(스탈린주의, 소비에트 우크라이나, 폴란드, 체코, 동독) 서유럽의 파시스트 체제(나치즘, 파시즘, 프랑코 체제, 오스트리아, 독일과 영국의 총동원 체제) 동아시아의 경험(일본의 총동원 체제, 남한의 박정희 체제) 등 세계 각지의 독재 경험과 그 유산을 짚는다.
임지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대회장을 맡은 이번 학술회의는 '권력이 주도하는 국민(민족)국가 프로젝트에서 대중의 자발적 참여와 동원의 메커니즘을 포착하기'위한 것이다. 위로부터의 독재가 20세기를 거치며 아래로부터의 독재로 전환하는 것은 근대화와 대중사회의 도래라는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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