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경기 안산시 본오동 동산고. 20여명의 '화학 환경반' 학생들은 이날 '특별 수업'을 받았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친구에게 컴퓨터 보내기 운동' 의 일환으로 '폐컴퓨터의 친환경적 활용'에 관한 수업이 펼쳐진 것.'생명과 환경' 을 주제로 한 홍수열(30) 쓰레기문제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간사의 강의를 시작으로 '폐컴퓨터와 환경'에 대한 홍보 비디오 상영, 컴퓨터 분해·조립까지 주어진 1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모니터를 분해할 때 납이 나오고, 컴퓨터 전원에서는 수은이, 본체를 태우면 엄청난 독성의 다이옥신이 배출되는 등 폐컴퓨터의 유해성을 실감한 학생들은 한결같이 "컴퓨터를 버리지 말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은 홍콩 그린피스가 찍은 중국 광둥(廣東)성의 노천 가전 폐기물 공장 인근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미국 폐가전제품의 80% 이상이 처리되는 이곳에서 아이들은 소각 뒤 쌓여있는 폐컴퓨터 더미를 놀이터 삼아 천진하게 놀고 있었고 지친 여성노동자들은 PVC 전선을 아무렇게나 태운 노천 위에 누워 쉬고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수은 카드뮴 등 모니터의 중금속은 컴퓨터를 분해만 해도 인체에 흡수되는지' '컴퓨터가 어느 정도 손상될 때까지 재활용이 가능한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2학년 최의진(17)양은 "컴퓨터 뿐 아니라 프린터 등 주변기기의 재활용도 문제"라며 "오늘 수업을 통해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폐컴퓨터의 유해성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고 친구들에게도 이 얘기를 전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도교사 신동진(37)씨는 "시화호 등 지역의 환경문제 위주로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에게 이날 수업은 지구적 환경문제를 새삼 실감케 해주었다"며 "비디오 상영 등을 통해 전교생에게 폐컴퓨터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산 동산고는 이날 모니터 12대 본체 5대 등을 '친구에게 컴퓨터 보내기 운동 본부'에 전달했다.
/안산=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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