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들은 더 이상 군대가 필요 없다고 하는데 왜 파병 결정이 내려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자신의 문화를 인정하고 삶을 이해하는 친구들입니다."이라크 바그다드 빈민가에 유일하게 남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동화(29·성공회대 NGO대학원 재학중)씨는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지난 6월부터 의료봉사 활동을 하던 건물 한 귀퉁이에 자리를 내 만든 이라크 어린이들의 놀이방에서 '보모'노릇하는 게 그의 주요 일과지만 최근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자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지원연대 홈페이지(http://iraqpeace.ngotimes.net)에 매일 연재하느라 밤샘을 밥먹듯 한다. "이젠 이라크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다"는 그는 "이라크 어린이들이나 이곳에 함께 있는 이라크인들도 파병 결정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을 텐데 여전히 나를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것을 보면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30년간 사담 후세인의 철권 통치 속에서, 3번의 전쟁을 치르고 12년간 미국의 경제 제재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한국정부는 정말로 최선(?)의 결정을 했다"고 탄식한 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파병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후원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씨의 '나홀로 봉사'에 동참하기 위해 반전평화팀의 최혁(37) 팀장과 한상진(38), 김재복 수도사 등 5명도 7월 철수 후 석달 만인 27일 다시 이라크로 향한다. 다음 주에는 현재 터키에서 피스보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임영신(33), 김박태식(33)씨도 이라크 현지로 합류할 예정이다. 최근 되살아나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자활의지를 돕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라크에 한달간 체류하며 바그다드에서 평화박물관과 평화도서관, 평화교육센터, 장애아동복지시설의 건립을 돕고 현지 정당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를 만나 한국정부의 파병 결정을 사과할 예정이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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