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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오만"에 진 한국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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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오만"에 진 한국축구

입력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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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심과 부심 1명이 중동사람들이었어요. 우린 11명인데 그쪽은 선수가 13명이었어요." 한국축구가 아시안컵대회 예선에서 베트남에 이어 세계 80위인 오만에게도 3골이나 내주고 졌다는 비보가 전해진 22일 오전. 축구협회의 한 인사는 무거운 정적을 뚫고 이렇게 되뇌었다. 그는 "후반에 나온 이관우가 기억을 잃을 정도로 악의적인 반칙을 당했는데도 심판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며 허탈한 표정으로 심판판정에 화살을 돌렸다. 축구협회는 23일 긴급 기술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예선 통과는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자성의 기색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한국축구가 왜 두수 정도나 아래인 팀에게 패했을까. 심판의 편파 판정과 현지의 일방적인 응원, 선수들의 컨디션 같은 것들이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다. 그래도 그 요인들은 결정적이지 않았다. 월드컵 4강이후 한국축구의 흐름을 보면 "오만이란 팀에게 진 것이 아니라 '오만'에 패했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 월드컵 후광을 입은 광고출연을 비롯한 선수들의 '외도'는 프로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라고 치자. 그러나 팀 운영은 황당한 패배를 자초할 만큼 오만했다. 협회는 아시안컵 예선은 국내파 선수로만 치르면서 본선에서는 해외파 위주로 대표팀을 꾸리겠다고 공언했다. 무슨 배짱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선수들의 사기를 꺾어놓고도 완승을 자신했다. 청소년축구, 유니버시아드, 여자월드컵 대회에서 연이은 참패를 기록했으면서도 '4강신화'에 혹해 반성과 대응책 마련은 외면했다. 오죽하면 코엘류 감독이 "상대(오만)는 강한 정신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달려드는데 우리는 정반대였다"며 누워 침 뱉는 격의 발언을 했을까. 한국축구는 이제 '월드컵 4강'을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때가 됐다.

이범구 체육부 기자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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