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최돈웅 의원의 'SK 비자금 100억원 수수' 시인과 관련해 국민 앞에 사과했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잡아떼던 최 의원을 두둔하고 현 지도부와의 차단막 치기에 급급했던 점에 비춰 대국민 사과는 당연하다.이제 한나라당이 대국민 사과가 면피용이 아니라 진정한 반성에서 나왔음을 인정받으려면 100억원의 행방을 캐는 수사에 협조하고 지난해 대선자금 내역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 한나라당은 "수사결과를 지켜 보겠다"고 했지만, 100억원이 현금으로 전달됐기 때문에 사조직에 들어왔든 어떻든 용처 규명에는 허심탄회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대선자금은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공식선거비용 224억원 뿐이라며 공개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어 왔으나 무려 그 절반에 가까운 돈이 새로 튀어 나왔으니 "도대체 얼마를 어떻게 거둬 어디에 썼느냐"는 국민들 물음에 답해야 한다. "SK 한 군데서 100억원이면 10대 기업, 20대 기업이면 얼마냐"는 분노 어린 의혹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 이회창 전 대선 후보가 '100억원' 수사에 대해 중상모략이라고 성토한 것도 공감을 사기 어렵다. 검찰이 과거처럼 표적수사를 하는 것이라면 국민이 모를 리 없다.
정신적 여당이라는 통합신당 역시 "그것 보라"는 식으로 한나라당을 몰아 세울 자격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사 최도술 씨가 SK에서 11억원을 받은 것이 노 대통령 당선 후라는, 그 시점의 엄중함을 벌써 잊어서는 안된다.
각 당은 내년 총선후 또다시 오늘의 사태를 맞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정치자금 투명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난 대선자금에 대해 고해성사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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