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인 돈 대신 받아줍니다."사상 초유의 개인신용 불량사태가 계속되면서 금융기관 대신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아내고 수수료를 챙기는 '채권 추심업'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35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등 개인 부실채권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감'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다.
2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국내에서 채권추심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신용정보회사는 모두 26곳. KB신용정보(국민은행), 우리신용정보(우리금융지주), A& D신용정보(삼성생명·교보생명 등) 등 은행과 보험사를 모회사로 한 신용업체들과, 미래신용정보(LG), 글로벌신용정보(SK) 등 대기업 계열 업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말 부산은행이 자본금 30억원을 출자해 전문추심업체 부산신용정보(주)를 설립한 데 이어 서울보증보험도 이달 초 삼성캐피탈과 공동으로 'SG신용정보'(가칭) 설립을 위한 영업인가를 금감원에 신청한 상태다.
국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외국자본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론스타펀드의 전액출자회사인 LSI홀딩스는 최근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신한신용정보의 지분 49%를 사들여 경쟁에 가세했고, 미국의 대형 소매금융업체인 GE캐피털도 국내 채권 추심업 진출을 위해 제휴업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신용정보업체의 채권추심부문 매출액은 4,930억원 수준. 전년에 비해 무려 41%나 증가한 것이며 올해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지속되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이 단시일 내에 급속 성장하다 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채권 추심과정에서 협박이나 폭언, 사생활 침해 등을 일삼는 위법사례가 적지 않고 당국에 정식등록도 하지 않은 불법업체의 활동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길거리 현수막에 개인 휴대폰 번호 등이 적힌 광고를 내걸고 고객모집을 하는 업체는 십중팔구 불법업체"라며 "금융기관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채권추심이 아니라 사적(私的) 계약의 해결사역을 자임하는 불법업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정식 신용정보업체들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업무량은 크게 늘었지만 개인워크아웃제 도입 등의 여파로 워낙 '배째라' 채무자들이 많아 영업실적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한 대형 신용정보업체 관계자는 "채무자들 사이에 '버티면 탕감 받는다'는 식의 의식이 만연해지면서 1∼2년 전만 해도 10%에 육박하던 채권 회수율이 최근 들어 3%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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