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가 있으면 풀어야지. 최 의원이 풀어야 한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22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조직인 '부국팀'이 최돈웅 의원이 받은 100억원의 최종 수령지로 지목되는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안 부장의 발언은 최 의원이 입을 열지 않는 한 검찰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그렇게 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라"는 의미의 우회적 압박이기도 하다.검찰 주변에서는 최 의원이 자금수수 사실을 시인한 이상 돈의 용처를 털어놓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쪽에 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최 의원 자신이 100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데 그런 부담을 자청하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이 사건을 최 의원 개인 차원의 범죄라 보고 수뢰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할 경우 100억원은 몰수 또는 추징대상이 돼 전액 최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 반면 최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전달자 역할만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은 되겠지만 100억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은 피할 수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최 의원의 자백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건의 실체가 이처럼 단순할지는 의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돈의 용처와 관련, "당의 공식 조직으로 들어갔을 가능성, 비공식 조직을 통해 쓰였을 가능성, 개인적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 등 크게 세가지 경우의 수가 있으며 세가지가 모두 혼재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중 '혼재 사용'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100억원 중 상당액이 당과 무관한 사적 용도에 쓰였다면 최 의원은 자백을 주저할 수 밖에 없다. 개인의 도덕성 차원의 문제로 범죄의 격이 떨어지면서 동료 의원 및 당의 엄호를 기대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100억원 중 일부가 공식 선거자금에 유입됐다 하더라도 최소 50억원 이상은 최 의원 및 당 핵심 관계자 몇 명이 나눠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차남이 운영하는 이동통신회사의 경영난으로 100억원대의 보증을 서는 등 최근 급격하게 나빠진 최 의원의 경제사정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용처의 성격이 복잡할수록 사건의 여파도 커질 전망이다. 대선자금과 개인유용의 비율을 검증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 대선자금 내역을 일일이 들여다봐야 할지도 모른다. 안 부장은 이날 "그럴 리가 있나"라고 일단 부인했지만 절대부정이라기 보다는 "그 전에 최 의원이 털어놓아야 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대선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 일부를 중간에서 착복했다면 법리 구성도 복잡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애당초 자신이 쓸 목적으로 대선자금을 빙자해 돈을 받았다면 사기로 볼 수 있지만 돈을 받은 후 빼돌릴 마음이 생겼다면 어떤 죄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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