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메릴랜드 지역 주립대 재학생과 이들 학교 진학을 노리는 예비 대학생들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메릴랜드 주정부가 주립대 학사운영 및 경영 등에 관한 자문역할을 위해 설치한 메릴랜드 대학 기구(USM) 고위관계자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이 기구 허그 이사는 한 회의 석상에서 "수년안으로 주립대 평균 등록금을 현재 4,400달러선에서 9,000달러선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학비를 지금보다 2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그는 학비 인상 이유에 대해 "재정난에 시달리는 주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메릴랜드 내 주립대를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설명했다.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주정부와 USM, 언론사 등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항의와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얼릭 메릴랜드 주지사가 나서 "허그 이사의 개인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서둘러 진화를 시도했으나 교육계에서는 큰 폭의 학비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주정부가 재정 압박으로 주립대 지원을 크게 줄이고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학비 대폭 올리기' 외에는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미국 대학생들이 느끼는 '학비 공포'는 취업문제 만큼이나 화두가 되고있다. 주립대들이 경쟁적으로 학비를 올렸거나 인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학비가 비싸기로 이름 난 이른바 아이비 리그 등 유명 사립대도 '교육 여건 개선' 등의 명분을 내걸고 등록금을 올리려는 기세다.
올 가을 학기만 하더라도 캘리포니아의 주립대(보통 UC계열로 명칭)는 등록금을 1년전에 비해 40%나 올렸다. 애리조나 주립대는 39%, 버지니아 및 뉴욕, 오클라호마의 주립대 등도 30% 가량 인상했다. UC 버클리 재학생 톰슨씨는 한 지역 신문 기고에서 "'싼 값에 양질의 교육'을 받는 기회가 점점 줄고 있다"고 불평했다.
그렇다면 미국 대학 학비는 어느 수준일까. 전국주립대협회는 지난 8월 학비 관련 자료를 통해 "대다수 주립대 1년 평균 학비는 등록금 4,000달러와 기숙사비(숙식비) 6,000달러 등을 합쳐 1만달러 이상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국주립대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1년말 기준 주립대 평균 학비는 UC버클리 1만1,800달러(등록금 3,600달러, 숙식비 8,200달러) 미시간 주립대(앤아버) 1만1,700달러(등록금 6,100달러, 숙식비 5,600달러) 텍사스 주립대(오스틴) 7,900달러(등록금 3,100달러, 숙식비 4,800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텍사스 주립대는 풍부한 석유 자원으로 주정부 재정이 넉넉한 덕분에 학비가 미국 주립대 중 가장 싼 곳으로 유명하다.
사립대 학비는 지역과 학교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유명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만 보통 2만5,000불이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하버드대 등록금은 평균 2만5,000달러이며, 숙식비 8,000달러에 책값 등 생활비를 합치면 연간 4만달러를 초과한다. 예일대도 등록금(2만5,100달러)과 숙식비(7,600달러), 생활비를 포함해 1년간 4만달러 이상을 쓰는 학생이 대부분이며 프린스턴대도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이대로 가다간 미국 대학에서도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 수업거부 등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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