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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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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 울릉도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해바다의 파도입니다. 현재까지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습니다. 때문에 울릉도 주민들은 다른 지역주민들보다 체념이 빠릅니다. 엄청난 관광객을 싣고 들어올 배가 기상악화로 인해 출항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어도 그들은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그 담담함은 선의 경지에 이릅니다. 자연의 힘은 거슬릴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 있는 것입니다.태풍 '매미'는울릉도에도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마을이 훼손되고 적지않은 재산·인명피해가 생겼지만 자연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대신 묵묵히 복구작업에 열심입니다.

자연을 경외할 줄 아는 주민들의 마음가짐에 자연이 감동을 받은 것일까요. 울릉도 주민들은 지금 유례없는 오징어풍년을 맞고 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기 전만 해도 배 한척이 건져 올린 오징어가 3∼4마리에 불과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태풍이 지난 간 뒤부터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오징어가 잡히고 있습니다. 태풍이 바다밑바닥을 완전히 뒤집어놓는 바람에 오징어의 먹이감인 플랑크톤이 많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지금 울릉도로 가면 싱싱하고 맛있는 울릉도 오징어를 싼 값에 충분히 맛볼 수 있습니다. 밤바다를 수놓는 오징어잡이 배가 만들어내는 빛의 축제도 절정에 달했습니다. 질 좋은 오징어로 요리한 음식은 또 어떨까요. 오징어와 관련된 것만으로도 지금 당장 울릉도를 찾아갈 가치가 충분합니다. 오징어를 말리는 아낙네의 분주한 모습 뒤로 절벽위에 피어난 털머위, 그리고 산꼭대기부터 내려오고 있는 단풍의 모습이 지금도 아련합니다.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간다는 유행가 '울릉도 트위스트'의 가사처럼 올해는 울릉도출신 처자들의 결혼소식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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