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애인 문학지 '솟대문학'에 후원금 2억원을 쾌척한 구상(85·사진) 시인이 병상에서 쓴 유언과 시를 격월간 '한국문인' 10·11월호에 발표했다. 구상 시인은 투병 중에도 장애인 문인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창작활동을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자'라는 제목으로 미리 쓰여진 유언은 "우리가 흔히들 영원이라는 것은 저승에 가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큰 착각입니다"는 말로 시작된다. 구상 시인은 "우리가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은 곧 영원 속의 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흔히들 '저승에 가서 영원을 살지' 하는데 그런 게 아니고 우리에게는 오늘이 영원 속의 한 표현이고 부분이고 한 과정일 뿐입니다"라면서 "인간 존재가 죽은 뒤 어떻게 될는지 하는 그 변용(變容) 자체는 우리가 모릅니다…어쨌거나 그 변용이 인과응보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라고 덧붙였다.
구상 시인이 미리 쓴 유언은 시 1편과 함께 실렸다. '오늘'이라는 제목의 시는 매일 병상에서 하루를 맞는 시인이 통찰한 시간의 의미가 담겼다. 그는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나눌 줄 모르고 척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인은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전한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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